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CEO에 오르면 잃는 것들


어느 날 먼 길을 달려온 신하가 왕에게 고한다. 국경에 위기가 생겼다고. 나쁜 소식을 들은 왕은 그 신하를 가두라고 지시한다. 끌려가는 신하는 얘기한다. "다시는 진실을 말하나 봐라." 조직에서 최고경영자로 올라가는 순간 잃는 것이 있다. 하나는 현장의 진실에서 더 멀어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하직원들과 어울려서 상사를 씹는 재미다. 사장이 되어 회식자리에 가보면 느낄 것이다. 처음에는 사장 주변에 직원들이 둘러앉는다. 그런데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것 역시 연출이라는 사실이다.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드러난다. 직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뜬다. 사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구석자리로 옮겨가 동료들과 웃으며 떠들어댄다. 어느새 사장 옆자리는 텅 비고 기껏해야 눈치 빠른 임원이나 비호감 직원들이 근처를 지킨다. 이 대목에서 사장은 화를 내면 안 된다. 얼른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현명한 사장의 덕목이다. 만일 끝까지 사장 옆자리가 붐비며 직원들이 지킨다면 그것은 정말 그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징표다. 직원들 속성상 사장 옆자리는 불편할 뿐 좋을 리 없다. 누군가가 사장의 비위를 맞추려 군기반장 노릇을 세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욕은 결국 시키지도 않았을(?) 사장에게 돌아간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사장이라는 자리는 진정으로 인기 있는 자리가 아니다. 세상사 원해서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위로 올라가서까지 종전의 인기마저 얻으려 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한때 술자리를 같이 하던 동료 임원들조차 사장으로 승진하는 순간부터 자기들끼리 있을 때 더 떠들고 즐거워하지 않는가. 소외감은 최고경영자의 기본속성이다. 또 한 가지 분명하게 잃는 것이 있다. 현장의 감각과 밑에서 올라오는 유용한 제보다. 임원이었을 때는 그래도 밑의 직원들로부터 입바른 소리도 들렸다. 이제는 스스로 찾아오는 자가 드물다. 사장에게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것은 마지막이 되기 때문이다. 사장이 보고하는 사람의 진심을 오해해 불리한 조치라도 취한다면 치유할 수 없는 치명상이 된다. 1인자와의 직거래는 2인자의 대화와는 리스크의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사장에 오르면 임직원에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권위주의로 꽉 차 있고 그렇게 두려움을 줘야만 조직이 통솔된다고 여긴다면 본인 스스로가 진실에서 더욱 멀어지는 셈이다. 기껏해야 걸러진 희소식이 증폭되고 부정적인 현실은 깊이 숨겨질 것이다. 이는 누구의 손해일까. 누구나 아는 진실에서 비껴나간 사람처럼 불행한 경우는 없다. 소통에서 유리된 철권통치는 대개 혁명적 조치로 종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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