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가을 화단… 거장을 만나다

김기창·김환기 탄생 100주년<br>말 대신 붓으로 세상과 소통한 근현대 대표작품 잇따라 전시

김환기의 '여인과 매화와 항아리'

'론도'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연작 중 하나인 '사마리아의 여인'

'세 악사'

올해는 한국 근현대 회화의 큰 획을 그은 운보 김기창 화백과 수화 김환기 화백이 모두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해다. 운보가 동양화를 기반으로 추상화, 구상화(머릿속에 있던 실체 없는 것을 그린 그림) 등 서양 화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폭넓은 작품 세계를 펼쳤다면 수화는 현대적이고 절제된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며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말 대신 붓으로 예술과 소통하다=운보 김기창(1914~2001)은 당시 총독부 토지관리국 직원이던 아버지와 금은상을 하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8남매 중 장남으로 호적에는 1913년생으로 기록됐으나 생전 본인은 1914년을 출생년도라고 밝혔다. 7세때 운동회에서 전염성 장티푸스에 걸린 운보는 오랜 기간 고열에 시달리다 이듬해 깨어났지만 결국 청력을 잃게 됐다. 하지만 말 대신 붓으로 세상과 소통한 그는 열정적인 작품 활동으로 한국 화단의 거목이 됐다. 이당 김은호를 스승으로 자신만의 감성과 개성을 살린 독특한 기법을 구사했고, 8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약 2만점의 작품을 완성했다.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은 내년 1월 19일까지 운보의 작품 세계를 망라한 60여점을 선보인다. 우선 제1전시실에 마련된 '예수와 귀먹은 양'은 서울미술관 소장품인 '예수의 생애' 연작을 선보인다. '예수의 생애'는 예수의 삶을 전통 회화 형식으로 그렸을 뿐 아니라, 예수와 성모마리아에게 한복을 입히는 등 전통 한국 문화를 배경으로 성서를 해석해 한국 회화사와 세계 기독교 미술사를 통틀어 매우 독창적이고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전시 제목인 '예수와 귀먹은 양'은 어린 시절 열병으로 청각을 잃은 운보가 침묵과 고독의 세계를 이겨내고 종교적인 신념과 자유로운 조형 정신으로 동양화의 혁신을 이룬 예술 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운보 걸작선'에서는 변화무쌍한 운보의 작품세계를 조망한다. 동양화의 전통을 계승한 작품과 그것의 현대적인 해석과 변주를 보이는 운보의 다채롭고 풍부한 표현을 살펴볼 수 있다. '춘향 시리즈' '군해' '세 악사' '군마도' '시집 가는 날' '봉래선경', '문자도' 등 30여점에 달하는 다양한 경향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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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추상 미술의 선봉에 서다=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인 수화 김환기(1913~1974)는 전남 신안군 지주의 외아들로 태어났으나 말년에는 궁핍한 삶을 보냈다. 하지만 예술은 그런 가난을 딛고 고귀한 꽃을 피우기 마련.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16시간 이상 작업에 몰두한 것으로 전해지는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1,000여점의 그림을 남겨 '한국의 피카소'라고 불린다. 생활이 궁핍했던 화백은 미국 뉴욕에 있던 시기에 이중섭이 담배 종이에 그림을 그렸듯이 한지나 신문지 보드 갱지 공책 포장지 등 다양한 종이 재료를 활용해 그림을 그렸다. 그는 "예술(창조)은 하나의 발견이다. 늘 조심할 것은 상식적인 안목에 붙잡히는 것이다. 항상 새로운 눈으로, 처음 뜨는 눈으로 작업할 것"이라고 늘 강조했다. 끊임 없는 종이 작업은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면서 샘처럼 솟아나온 빛깔과 질감 형태 구성의 하모니를 살려내 유명한 유화 '점화'시리즈를 탄생시키는 발판이 됐다.

종로구 부암동의 환기미술관은 수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김환기, 영원을 노래하다'전을 오는 12월 31일까지 연다. 지난 봄에 열렸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전이 수화의 삶과 예술을 시대별로 조망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전시는 화백이 생전에 자주 언급했던 "예술에는 노래가 담겨 있어야 한다"던 시(詩) 정신이 담긴 유화 작품과 오브제, 드로잉 120여점이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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