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줄곧 금을 내다팔았던 유럽 중앙은행들까지 금 매수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자료를 인용, 올 들어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26년 만에 처음으로 금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금값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고는 연초 이후 0.8톤 늘어나 지난 1985년 이후 처음으로 순매수로 돌아선 상태다. 이는 세계 금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극소량에 불과하지만 대규모 순매도 주체였던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매수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환이라고 FT는 평가했다.
과거 유럽 중앙은행들은 수익성이 낮은 금자산을 국채로 교환하기 시작해 1999년부터 연평균 400톤가량의 금을 팔아치우며 금값 안정에 기여해왔다. 전세계 금 소비량은 연간 4,500톤으로 유럽 중앙은행들이 전체 소비량의 9%가량을 쏟아냈던 셈이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멕시코ㆍ러시아ㆍ한국ㆍ태국 등 신흥경제국의 중앙은행들이 금 사재기에 뛰어든 가운데 유럽 중앙은행들도 금 순매수로 돌아섰다고 FT는 전했다. 여기에는 에스토니아가 유로존 회원국에 가입하면서 에스토니아 금 보유량이 합산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사재기에 유럽의 순매수세까지 더해지면서 금값은 이달 초 온스당 1,92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FT는 올해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이 40년 전 금 본위체제인 브레턴우즈체제가 붕괴된 후 최대 규모에 달할 것이라며 18일 몬트리올에서 개막한 런던금시장협회(LBMA) 연례 콘퍼런스에서도 금시장에서의 중앙은행 역할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조너선 스펠 바클레이스캐피털 귀금속 담당자는 "우리는 금이 돈처럼 여겨지던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이는 1990년대의 흐름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