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안 무서운 공포지수 VIX, 무용론 확산

VIX 활용한 금융상품 늘며 투자자 공포의사 반영 안돼<br>대체지표 볼린저밴드 부상


우크라이나에서의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및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결정이라는 두 악재가 겹친 지난 17일. 금융시장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15개월 사이 최대인 32%나 폭등했다. 이처럼 VIX가 급등한 지 꼭 일주일 뒤인 23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18% 오르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VIX가 예고했던 공포가 시장에서 무시된 단적인 사례다.

최근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며 금융시장에서 VIX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또 VIX를 대체할 만한 미래예측 지표를 찾기 위한 움직임도 부산하다.

VIX는 S&P500지수 옵션의 등락폭을 나타내는 지표다. 특정 리스크가 부각돼 증시의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헤지 거래로 옵션을 구매하고 이것이 VIX의 상승을 이끈다. 즉 VIX가 오르면 향후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VIX를 공포지수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17일의 경우처럼 VIX의 경고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올 들어서만도 아르헨티나의 외환위기 부각(1.24), 크림반도 사태에 따른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불안 가중(3.14), 정보기술(IT)·바이오주 거품 우려(4.11) 등의 리스크로 VIX가 급등했지만 모두 단기 악재에 그쳤을 뿐 뉴욕 증시의 고공행진에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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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VIX는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50%나 폭등했지만 당일 S&P500지수 하락률은 1.8%에 그쳤다. 투자그룹 비스포크가 최근 30% 이상 VIX가 뛴 21번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S&P500지수는 향후 일주일간 오히려 0.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온라인증권사 찰스 슈워브의 리즈 앤 선더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최근 블룸버그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변동성을 측정하는 유일한 지표로 VIX를 활용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VIX가 예전처럼 공포지수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배경 가운데는 하나로는 VIX의 상품화가 꼽힌다. VIX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금융상품이 많아지면서 투자자들의 공포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씨티그룹의 마이크 프링글 글로벌 주식거래 헤드는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는 VIX를 시장을 평가하는 하나의 지표로 보려 한다는 것"이라며 "이 지수는 이제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라기보다 수익률을 내기 위한 거래자산으로 더 많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VIX의 효용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시장의 향후 변동성을 측정할 대체지표로 볼린저밴드가 부상하고 있다. 1980년대 초 투자 전문가였던 존 볼린저가 고안한 이 지표는 주가의 이동평균선을 기준으로 이에 대한 플러스·마이너스 표준편차를 더해 만든 상하 두 개의 띠로 구성돼 있다. 이 두 띠의 폭이 넓어질수록 변동성이 커진다는 뜻으로 특정 증시 및 주가 추세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마켓워치는 "VIX의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기술적 지표 분석가들이 여러 대안을 찾고 있고 이 중 하나가 볼린저밴드"라고 전했다.

지난해 미국 지수제공 업체 네이션스셰어스는 VIX를 대체할 새로운 변동성 지수로 볼덱스지수(VolDex)를 개발, 국제증권거래소(ISE)의 등록허가를 받았다. 이 밖에 씨티그룹은 60여개의 시장지표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변동성지수(Central Risk Desk)를 개발, 회사 내 트레이더 및 고객들에 한해 제공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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