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남북관계 푸는 밑거름" 회담장 훈훈… 납북자·포로 문제엔 이견

■ 남북 이산상봉 원칙 합의<br>남 "신뢰 쌓으면 더 발전"… 북 "쌍방 힘·지혜 모으자"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23일 남북 간 실무접촉은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양측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라는 큰 틀에 동의하는데다 인도적 사안이라는 점이 이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훈훈했던 회담장 분위기=남북은 회의 시작 전부터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은 판문점에 도착해 "북남관계의 좋은 분위기를 마련하는 데 이번 실무회담이 밑거름이 되고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잘 운영해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은 "오늘 처서라 그러는데 더위가 물러가는 날이다. 비도 왔고 시원하다"며 "오늘 회담에서 서로 만족할 만한 좋은 성과를 내서 남북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고 화답했다.


이어 북측 박 대표는 "얼마 전에 귀측에서 우리한테 통지한 데 의하면 현재 북남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혔다는 말씀도 있었다"며 "우리 적십자인들이 그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과 남이 모처럼 마주앉아 개성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합의를 성공적으로 타결하고 또 우리 적십자 실무회담이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기대한다"면서 "쌍방이 힘과 지혜를 모으면 얼마든지 타결해나갈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리 측 이 대표는 "남북 간에 대화가 시작된 시기인 1970년대부터 적십자 회담이 가장 먼저 이뤄졌고 가장 많은 성과를 냈다"며 "이제 성과를 내서 신뢰를 쌓으면 지난 5년보다 훨씬 더 많이 발전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실무접촉에서도 유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 사안에 대한 이견도=이날 양측은 이산가족 상봉단 규모와 납북자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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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측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상봉단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12만8,808명 중 약 5만5,000여명가량이 사망하고 생존자들 또한 70대 이상이 80%를 넘긴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한시바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33년에는 현재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 모두가 사망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남은 시간도 얼마 되지 않는다. 반면 북한은 이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해결을 위한 생사 확인 사안 또한 양측의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990년대 이후 귀환한 국군포로와 탈북자 증언을 토대로 현재 북한에 남아 있는 국군 포로를 50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납북자의 경우 납북자가족모임에 따르면 지금까지 517명에 달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지금껏 국군 포로와 납북자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이산가족 상봉 접촉에서 해당 사안을 거론한 이유는 남북 적십자를 통해 해결의 물꼬를 트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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