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사정 대타협 '연장전'서 일부 진전… 2일이 고비

임금체계 개편·근로시간 단축·정년연장 등<br>3가지 이슈 의견 모아… 협상 막판 급물살

노사정이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시한인 지난달 31일을 넘긴 채 1일까지 협상을 이어갔으나 노사 간 의견 차가 심해 이렇다 할 타협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1일 새벽 서울 시내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한 이기권(왼쪽)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만(왼쪽 세번째) 한국노총 위원장, 김대환(〃 네번째) 노사정 위원장, 박병원(오른쪽) 경총 회장 등 노사정 대표자 4인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논의를 진행했던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박병원 경영자총협회 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등 노사정 4인 대표자는 지난달 31일부터 1일 새벽까지 무려 9시간의 협상에도 답보 상태가 이어지자 허탈해하며 자리를 떠났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 자리를 방문해 구조개혁을 위해 노사가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을 요청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는 김동만 위원장이 5대 수용 불가 조항을 내걸고 단 하나도 물러설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치면서 정부가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안과 제조업종의 파견허용 업무를 확대하는 안을 철회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자 박 회장이 논의 탈퇴까지 내비치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와 대기업ㆍ중소기업, 정규직ㆍ비정규직이라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풀기 위해 노사정이 3개월간 쉼 없이 달려왔지만 여전히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다. 자칫 '대타협 무용론'까지 나올 분위기다.


이로 인해 큰 틀에서 노사가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처럼 공전만 거듭할 경우 차선책으로 정부 주도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노동계가 미래의 전체 노동시장이라는 큰 틀에서 못 보고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인내심에 한계가 오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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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시한까지 타협안을 내놓지 못한 노사정은 1일에도 대표자 4인과 8인 연석회의를 각각 열어 협의를 병행했다. 노사정위의 한 관계자는 "연석회의에서 사회안전망 확충 등 개별 이슈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의견을 정리했는데 결국 대표자회의에서 결단을 내려야만 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노사 간 핵심 쟁점은 성과가 낮은 직원에 대한 근로조건 조정 및 해고를 위한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는 것과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이다. 정부 역시 노동유연성과 관련해 이 문제를 구조개혁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기업 인력운용과 인건비 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그 여력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신규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노동계는 절대 수용 불가를 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가 현상 유지와 기득권 지키기에 몰입해 소극적 태도로 시간만 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노동계를 대표해 노사정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으로서는 내부적으로 금속ㆍ공공 등 강성집단이 집행부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다 장외에서는 민주노총이 대화 테이블을 깨라고 외치고 있어 운신의 폭이 좁은 것도 사실이다. 자칫 협상 '책임론'을 짊어질 수도 있는 탓이다. 하지만 청년층 등 미래세대를 위해 노동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데 노동계가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이에 대해 "노동시장의 낡은 관행과 제도를 미래지향적인 룰로 바꾼다는 것은 파이를 키우고 따내는 단체교섭이 아니다"라면서 "구태의연한 교섭방식으로 접근해 유리한 것만 따내려는 태도는 타협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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