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국 경기 부양책 가물가물… 프로그램의 역습

부정적 전망 커지자 매도 물량 쏟아져<br>외국인 차익매물 대규모 청산 가능성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앞두고 3차 양적완화(QE3) 등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증시에서 프로그램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외국인에 의한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정책 기대감이 약해질 경우 프로그램 매물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해서 투자에 나설 것을 당부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2.16포인트(1.15%) 하락한 1,906.38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이날 1,50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사흘 연속 매도세를 보였다. 또 선물시장에서 4,545계약을 순매도하며 지난 6월 22일(-1만6,704계약)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큰 매도세를 나타냈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커지면서 시장 베이시스가 하락한 탓에 프로그램 매도가 대규모로 나타났다. 이날 프로그램은 차익거래에서 2,593억원, 비차익거래에서 1,859억원의 순매도가 나오는 등 4,451억원어치의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12일 이후 40여일 만에 최대 규모다. 코스피200선물 9월물의 베이시스는 -0.46포인트까지 하락하며 선물가격이 현물보다 낮아지는 백워데이션 상태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선ㆍ현물을 연계해 자동으로 매매를 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된 계좌를 중심으로 대량의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도는 31일 미국 잭슨홀 연설을 앞두고 버냉키 의장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FRB에서 발표한 8월 베이지북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대다수 지역에서 점진적인 확장세를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연설에서 QE3 등 강력한 경기부양책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크게 늘었다"며 "선물시장의 약세로 베이시스가 나빠지면서 4,000억원 이상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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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프로그램 매도세는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9일 현재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은 4조2,331억원으로 한 달도 채 안 돼 4조원 이상 늘어났다. 이달에만 외국인을 중심으로 4조3,355억원의 차익거래가 몰리며 잔액이 급증했다. 매수잔액이 급증한 만큼 추가 매수여력은 약해진 반면 매도 우려는 커진 셈이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이날 백워데이션으로 전환되면서 단기 차익거래 위주로 매물이 청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대략 7,000억원가량의 물량이 단기에 청산될 것으로 보이며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 상태를 지속한다면 8월에 유입된 외국인 프로그램 물량 가운데 3조원 정도가 매도물량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차익거래 물량이 청산되더라도 시장이 쇼크를 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평가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과 유럽의 정책 불투명성이 반영되면서 이날 외국인의 선물매도와 프로그램 차익거래의 매도가 이어졌는데 본격적인 매도 전환으로 보긴 힘들다"며 "다음달 12~13일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QE3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대기심리가 클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선물ㆍ옵션 동시 마감일인 다음달 13일 이전에 1조~2조원의 프로그램 차익물량이 분할돼 나온다면 시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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