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자산 2조 넘는 상장사 감사·이사 따로 뽑아야

상법 개정안 입법예고

앞으로 자산 2조원이 넘는 상장회사는 감사위원을 맡을 이사를 선임단계부터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해야 한다. 또 자산규모가 일정 이상 되는 상장회사는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된다.

법무부는 일정 규모 자산 이상 상장사의 집중ㆍ전자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17일자로 입법 예고한다고 16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집행임원을 반드시 선임해야 하고 이사회는 업무감독에만 전념하도록 해 감독기능을 강화했다.

또 경영감시를 위해 도입된 감사위원회제도를 개선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감사위원을 맡을 이사는 선임단계부터 다른 이사와 분리·선출하게 했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시 지배주주가 제한 없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현재의 문제점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액주주의 이사 선임 권한도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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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은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집중투표제'를 일정 자산 규모 이상 상장회사에 대해 의무화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당초 개정시안은 집중투표 의무화 대상을 '모든 상장회사'로 정했지만 국내 기업 현실을 고려해 대상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대상 자산규모는 개정법 시행 후 시행령에서 세밀하게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주주가 일정 수 이상인 상장회사에 '전자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고 자회사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 모회사 주주가 해당 이사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도 도입된다.

재계는 국가가 법으로 특정 지배구조를 기업에 강요한다며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는 현재 집행임원 선임과 감사위원 분리 선임, 집중ㆍ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거의 대부분의 개정안 핵심 내용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집행임원 선임에 대한 반발이 심한데 집행임원이 자칫 기업의 업무집행과 의사결정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유다. 재계는 법무부가 지난 2006년 집행임원제 도입을 추진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은 "사업형태나 구조가 전혀 다른 기업들이 많은데 기업들에 똑같은 의사결정과 집행구조를 가지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추 팀장은 "집중투표제도 이사회의 결정을 분열시켜 신속한 의사결정을 막는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정안은) 규제라는 측면보다 기업투명성을 강화하고 책임경영을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입법 예고기간은 오는 8월25일까지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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