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고삐 풀린 서민물가 이대로 놔둘텐가

연초부터 공공요금과 생필품 물가가 심상치 않다. 전기료와 시외ㆍ고속버스 요금 인상에 이어 밀가루ㆍ장ㆍ식용유ㆍ과자 같은 생필품 값까지 8~10% 이상 뛰었다. 김치·빵·라면 등 다른 식료품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들려오는 소식이라곤 온통 올랐다는 것밖에 없다. 가뜩이나 소득이 줄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서민들로서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가격 인상의 원인은 언제나처럼 원자재 값 인상 때문이라는 게 업자들의 논리다. 원유·밀가루·대두 같은 상품의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1월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가 동시에 떨어졌고 지금까지 원자재 값이 내렸어도 가격을 낮춘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인상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정권교체기의 공백을 틈타 서둘러 가격을 올렸다는 게 진실에 가까울 터이다.

관련기사



기업들의 독과점으로 시장원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 받아 마땅하다. 특정 업체의 가정용 설탕과 밀가루 시장 점유율이 각각 80%와 59%에 달하고 제과와 커피믹스 시장의 53%와 80%를 다른 특정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결정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일 수밖에 없다.

서민물가 불안은 새 정부에 큰 부담이다. 아무리 물가가 안정적이라고 각종 통계치를 들이밀어도 체감하지 못하면 국민들은 등을 돌리기 마련이다. 정부는 물가관리를 위해 최근의 가격 인상이 담합의 산물은 아닌지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물가정책의 방향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인위적 가격통제보다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담합을 방지해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차제에 기업의 영업비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독과점 업체를 대상으로 가격변동 요인이 발생했을 때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검토해봄 직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