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를 맞바꾸는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은 지난해 12월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재계 간담회의 하이라이트였다. 지난해 8월말 확정된 7개 업종 빅딜에 비해 규모가 훨씬 커 「슈퍼빅딜」로 불렸고 그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빅딜발표 다음날 삼성자동차의 홍종만(洪鐘萬)사장은 『빅딜을 당해 죄송하다』며 직원들에게 참회록을 내놓았고 대우전자 전주범(全周範)사장은 『빅딜대신 독립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사내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빅딜의 정당성과는 관계없이 해당 회사 임직원들의 아쉬움이 컸다.
빅딜의 파장은 엉뚱하게 대우전자출신인 배순훈(裵洵勳)정통부장관에게 튀었다. 그는 전경련 조찬회에서 빅딜비판발언을 한게 화근이 돼 얼마안가 경질됐다. 빅딜이 지지부진하자 실무작업을 주도한 산업자원부 자본재산업국장이 경질되는 사태도 이어졌다.
이처럼 꼬이기만 하던 삼성차·대우전자 빅딜은 지난 1월21일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과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이 회동, 빅딜을 빨리 마무리하기로 합의하면서 급진전됐다. 다음날부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李삼성회장과 金대우회장을 연이어 독대하며 「선(先)인수, 후(後)정산」 원칙아래 조속히 처리하도록 촉구, 실무협상의 물꼬를 텄다.
SM5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대우가 입장을 바꾼 것도 이때다. 지난 1월28일 김태구(金泰球)대우 구조조정본부 사장은 『SM5의 계속생산이 불가피하다』고 물러섰고 지난 3일엔 金대우사장과 이학수(李鶴洙)삼성 구조조정본
부사장이 만나 「삼성자동차 경영권인수 관련 협상절차에 관한 합의」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삼성과 대우는 당초 설 전날인 지난 15일까지 삼성자동차와 관련된 협상을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SM5 생산기간과 물량, 판매대책, 협력업체 지원등 갖가지 쟁점에 대한 의견차이로 합의에 실패했다. 협상은 시한을 이미 넘겨 계속 진행중이다.
대우는 어떤 식으로든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을 계속 활용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마티스 등 다른 차종의 생산라인을 옮겨 SM5와 병행생산하거나 2~3년후 전면교체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전자의 경우 삼성자동차 문제가 더 급하다는 이유로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다. 그러나 대우전자는 삼성에 인수될 때까지 국내외 공장의 가동상태를 유지하고 협력업체나 대리점 등과 종전과 동일한 협력 및 지원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대우는 삼성이 대우전자를 인수한 후에도 최소 5년이상의 일정기간 대우 브랜드를 사용하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인수 후 최소 5년간 대우전자를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고 해외법인도 정상운영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