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여전히 제조업이 살 길이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해야 글로벌 경제 전쟁서 승리<br>한국 수년째 성장 정체 늪 규제 등 풀어 투자 유도를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의 틀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서구 선진국에서 신흥개도국으로 이동했다. 선진국의 성장이 정체되는 사이 신흥개도국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제 세계 경제의 50% 가까이를 개도국이 담당하며 세계 투자 증가에 대한 개도국의 기여는 이미 70%가 넘는다. 이러한 세계 경제 축의 이동에는 항상 제조업이 핵심 역할을 해왔다.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승패는 누가 경쟁력 있는 상품을 생산하고 세계 시장을 점령하느냐에 달렸다. 제조업의 흥망이 국가 경제의 성쇠를 좌우한다. 해가 지지 않는 식민지를 자랑하던 영국도 제조업과 몰락과 함께 세계 경제 주도권을 내려놓았고 미국의 팍스아메리카나가 내리막길에 들어선 것도 제조업 경쟁력의 상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나마 유럽에서 독일이 버티는 근저엔 제조업이 뒤를 받치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도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이제 겨우 선진국의 문턱에 선 한국이 성장이 정체된 선진국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011년 3.7%, 2012년 2.0%, 올해는 기껏해야 2.7% 정도로 3년째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조한 실적이다. 저성장이 경기순환적인 것이라면 다행이겠으나 이것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때문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오랜 노력에도 지속되는 행정 규제, 고령화되는 생산 인력, 강성 노조와 경직된 노동시장, 반시장적인 경제민주화 입법 등이 글로벌 기업의 경쟁 기반을 악화시키고 있다. 얼마 전에 발표된 세계경제포럼의 평가에서 국가경쟁력이 19위에서 25위 하락한 것도 문제이나 전체 순위에 어울리지 않게 낮은 노동시장의 효율성(78위), 제도적 요인(74위) 등이 우리의 현실을 확인해준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 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수 시장이 작고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 경제 생존의 중심은 제조업이 됐다. 그렇다 보니 제조업 생산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하며 제조업 수출이 총수출의 85% 이상인 경제 구조가 됐다. 제조업 취업자가 총취업자의 18%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제는 제조업 없는 대한민국을 생각하기 힘들게 됐다. 2000년 이후 한국 경제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3.9%인데 제조업의 경제 성장 기여율이 40%에 육박한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의 제조업 성장 기여율(13.4%)이나 독일의 기여율(29%)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하버드대의 마이클 스펜스 교수가 '넥스트 컨버전스(the Next Convergence)'에서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군에 중국ㆍ인도에 이어 한국을 언급한 것도 우리가 지닌 제조업의 기반을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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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한다. 요즘 한국의 제조업은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눈과 마음에서 멀어진 듯하다. 대개 이들이 대기업그룹에 속했거나 경제민주화의 대상으로 인식되거나 혹은 요즘 시급한 일자리 창출의 주 대상 산업이 아니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는 본질적으로 제조업이 유발하는 생산과 고용이 서비스업의 수요 기반이어서 상호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제조업이 살아야 서비스업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이다. 심지어 제조업 부문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던 미국과 일본까지도 제조업 부흥을 외치며 기업 생태계를 혁신하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제조업에 있다. 제조업 성장에 걸맞은 서비스산업의 성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비스산업의 높은 취업 유발 계수에 이끌려 제조업의 경쟁 기반을 훼손하거나 투자를 게을리하는 것은 바로 파멸의 길이다. 스티브 잡스의 '늘 배고파 하라(Stay hungry)'가 우리 제조업에 던지는 교훈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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