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왜 유독 옆집 여자에게 끌릴까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폴 블룸 지음, 살림 펴냄)


음식·예술등 일상 영역 실험 결과
쾌락은 감각기관의 반응보다는
대상의 본질서 더 크게 영향 받아
쾌락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포르노에 대한 유혹은 누구에게나 자극적이다. 쾌락은 인간행동의 강력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인간은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관계를 맺고 음악, 미술, 영화, 텔레비전, 공상 등을 통해 쾌락을 쫓는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인간 쾌락의 본질을 추적하면서 '인간이 좋아하는 것을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파헤친다. 특히 우리가 경험하는 쾌락이 감각기관의 단순한 반응을 넘어 대상의 본질에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조슈아 벨이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713년에 직접 제작한 350만 달러짜리 바이올린을 들고 워싱턴의 한 지하철역에서 클래식 음악을 연주했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야구모자를 눌러쓴 그의 연주를 들으며 수천 명의 인파가 곁을 지나갔지만 그의 앞에 놓인 모금함에 모인 돈은 고작 32달러에 불과했다. 2007년 실제로 진행됐던 이 실험은 우리가 거장의 콘서트에 비싼 돈을 내며 가는 이유가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똑같은 와인에 상표만 다르게 붙인 실험에서 와인전문가들조차 최고 등급이 붙은 와인을 좋은 와인이라고 평가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와인을 마시면서 맛과 향만으로 쾌락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또 타인의 행위를 평가할 때 무의식 중에 노력의 양도 중요시한다. 심리학자 저스틴 크루거는 피실험자들에게 똑같은 추상화를 보여주고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사람마다 다르게 말해 주었다. 피실험자 절반에게는 4시간 걸렸다고 알리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26시간 걸렸다고 전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해 준 집단이 작품의 품질, 가치, 선호도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1996년 경매에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골프채는 77만2,500달러에 팔렸고 조지 클루니가 입던 땀에 전 스웨터가 고가에 팔려 나간다. 그런가 하면 천문학적 가격에 거래되던 유명화가의 회화 작품도 위작으로 밝혀지는 순간 휴지조각으로 변한다. 뜻밖에도 미녀는 평범한 외모의 남자에게 빠지기 쉽고, 유독 이웃집 아가씨가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한다. 인간은 왜 이렇게 불합리한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쾌락이 표피적이고 감각적인 수준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쾌락이 단순히 감각기관의 반응이라는 기존 이론을 반박하면서 쾌락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예술작품의 경우도 작품 자체만을 독립시켜 가치를 매기고 쾌락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작품 이면에 담긴 예술가의 창작행위를 통해 가치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유명화가의 작품이 비싸게 팔리는 까닭은 실력이 검증된 화가의 노고가 담겼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처럼 인간이 갖고 있는 '본질주의'라는 관점에서 음식과 섹스, 물건, 예술, 상상, 이야기 등이 인간에게 쾌락을 가져다주는 이유를 설명한다. 다양한 일상의 영역들을 놓고 각종 실험결과를 통해 쾌락이 갖고 있는 인간의 숨겨진 본성과 욕망의 본질을 설명하면서 인간심리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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