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사업에 집중 투자, 세계시장을 석권하자.」국내기업들이 양적 경영에서 수익 위주의 질적 경영으로 전환하면서 각 기업 특성을 살린 핵심사업을 선정,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월드상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등을 통해 몸통을 줄인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제품을 개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세계 최고제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이 결과 기업의 전체적인 연구·기술개발 투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전보다 감소했지만 핵심 주력사업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면서 신기술 제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항공 통합법인이 출범해 항공부문 사업을 통합법인에 양도한 삼성항공은 반도체장비 부문을 세게적인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첨단 반도체 장비개발에 나서 최근 일본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반도체 리드프레임 대체품인 마이크로 BGA(BALL GRID ARRAY)용 동박(銅薄) 회로 테이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항공은 마이크로 BGA용 동박 회로 테이프 분야에 투자를 집중, 오는 2003년에는 반도체 비금속 재료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빅딜을 통해 현대전자에 반도체 사업부문을 넘긴 LG전자는 현재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CD롬 드라이브를 비롯, 에어컨과 브라운관·TFT-LCD 등 세계 3위 안에 드는 제품에 집중 투자해 이들 제품을 세계 최고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일본과 함께 세계 1위를 다투는 국내 조선업계도 주력선박을 선정,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드릴십(석유시추선)을 여객선과 함께 월드 베스트 상품으로 선정했으며 대우중공업은 유조선 분야를, 현대중공업은 LNG와 LPG 등 고부가가치 특수선을 주력으로 선정해 각각 이들 분야의 선박을 건조하는 데 기술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포항제철도 올들어 저급품인 일반 선재의 생산을 줄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강 선재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환경오염의 주범인 납과 크롬 등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강재 기술 개발에 나서 오는 2000년대에는 환경친화형 강재인 「그린 스틸(GREEN STEEL)」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유상부(劉常夫) 포철 회장은 『고로의 불을 끌지 않기 위해 값싼 선재류를 생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고부가가치화 제품 생산을 통한 사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해나가고 있다.
코오롱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새시장을 창출해나가고 있다.
화섬업체인 코오롱은 국내외 화섬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기능성 가공 필름 개발에 나서 최근 「유리보호 안전 필름」과 「초 투명 방충 필름」 등을 잇따라 상품화, 수출상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기업들이 설비와 연구개발 투자규모를 축소하는 가운데에서도 속속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