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그룹 지원만 받으면 중기도 단숨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안] ■일감 몰아주기 어느 정도 였기에… <br>과실은 재벌 2·3세가 독식, 심지어 오너없는 포스코도 MRO 계열사 문어발 확장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에 강력한 과세기법을 도입하려는 것은 그룹 지원만 받으면 중소기업도 단숨에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그 과실은 재벌 2·3세가 독식한다는 것을 국민이 상식처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을 표방하다 '독박'을 쓴 형국이지만 재벌 일감 몰아주기의 뿌리는 1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그룹에서 운송업을 담당하는 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난 2001년 설립된 글로비스는 10년 만인 지난해 매출 5조8,340억원의 대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출범 당시부터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지분의 40%와 60%를 보유했다. 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가 극성인 분야 중 하나가 정보기술(IT)업종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이 삼성·LG·SK그룹을 등에 업고 계열사의 전산업무를 싹쓸이하며 우뚝 선 사례는 재벌 2·3세라면 다 아는 재테크 방법이다. 쉽게 오너 가족 및 친인척이 부(富)를 쌓는 비법이라 동부ㆍ한진해운 등 중견그룹도 너나 없이 SI 계열사를 두고 고속성장을 지원해왔지만 4대그룹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동부는 화공약품을 팔던 계열사에 SI사업을 떼어내 붙인 후 동부씨엔아이를 출범시켰는데 이 회사는 1999년 442억원이던 매출이 10년 만에 2,000억원을 돌파했다. 한진해운도 해운정보 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싸이버로지텍을 2000년에 설립, 지난해 매출 7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동부씨엔아이나 싸이버로지텍도 오너와 그 가족이 대주주다. 오너가 없는 포스코마저 기업소모성자재(MRO) 업체를 계열사로 거느리며 문어발 확장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삼성이 MRO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히고 LG나 SK그룹도 관련 사업 포기를 검토하기로 했지만 포스코만은 MRO 계열사인 엔투비를 계속 운영하겠다고 했다. 포스코 측은 엔투비를 모범적 MRO로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지배주주도 없는 포스코가 MRO 계열사를 유지하려는 것은 '자리 확보' 차원이라는 해석이 많다. 실제 엔투비는 지난해부터 포스코 출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향후에도 포스코발(發) 낙하산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처음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염두에 두고 멀쩡한 회사를 총수의 개인회사에 넘긴 사례도 있다. STX가 대표적이다. STX엔파코(현 STX메탈)는 2005년 건설부문을 분할해 설립된 STX건설 지분 100%를 포스아이에 매각했다. 포스아이는 당시 강덕수 STX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였다. STX건설은 포스아이에 넘어갈 당시 884억원이던 매출이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로 지난해에는 3,822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상장사인 STX엔진이 STX건설을 계속 보유했으면 주주들이 성장의 과실을 나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로 전형적인 사업기회 및 회사기회의 유용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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