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3세대 메신저 성공공식 '잊혀질 권리'

모바일 메신저 포화상태에도 귓속말·삭제·취소 기능 더한 돈톡·프랭클리 등 속속 출시<br>익명성·망각성 더해 인기몰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후발주자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익명성과 망각성을 앞세운 이른바 '3세대 메신저'가 인기를 모으면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20일 포털 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 브라이니클이 이달 초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돈톡'은 최근 가입자가 45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가입자만 3,500만명을 확보한 카카오톡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하루 평균 2,000~3,000명씩 신규 가입자가 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돈톡은 쪽지 기능에 주력해 기존 모바일 메신저와 차별화를 꾀했다. 전송한 쪽지를 상대방이 확인하기 전이라면 바로 전송을 취소할 수 있고 단체대화방에서는 특정 상대에게 귓속말을 보낼 수도 있다. 기존 카카오톡에서는 단체대화 중 특정인과 대화하려면 별도의 대화창을 열어야 했지만 돈톡은 이 같은 번거로움을 줄였다.

쪽지를 확인하면 바로 사라지는 '펑 메시지' 기능도 인기다. 이 기능으로 쪽지를 보내면 상대방은 10초 이내의 지정된 시간만 쪽지를 확인할 수 있고 이후에는 영구적으로 쪽지 내용이 사라진다. 쪽지 하나당 1원을 적립해 매월 최대 3,000원까지 자체 쇼핑몰에서 이용하도록 한 것도 색다른 시도라는 평가다.

SK플래닛도 새 모바일 메신저 '프랭클리'를 출시하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회사 틱톡플래닛이 개발한 프랭클리는 기존 모바일 메신저에 식상함을 느낀 이용자를 겨냥해 익명성과 망각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프랭클리에서 수신인이 쪽지를 확인하면 10초 뒤에 발신인과 수신인 대화창에서 쪽지가 모두 사라진다. 삭제된 쪽지는 프랭클리 서버에도 남지 않기 때문에 복원도 불가능하다. 단체대화방 역시 참가자의 성별을 알 수 없는 익명으로 제공된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대화 도중에 내용을 캡처하면 대화 참가자 모두에게 자동으로 알림 메시지가 전송되는 등 사생활 보호 기능에 주력했다"며 "누구나 부담 없이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쪽지와 사진을 동시에 보내는 모바일 메신저도 등장했다. 국내 벤처기업 티그레이프가 선보인 '샤틀리'는 스마트폰에서 즉흥적으로 사진을 찍어 친구와 대화하는 서비스다. 쪽지 기능도 제공하지만 젊은 층은 사진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사진 전송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샤틀리 역시 지정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보내고 받은 사진과 쪽지가 삭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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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3세대 메신저는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 스냅챗이 지난 2011년 선보인 '스냅챗'은 미국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수신인이 쪽지나 사진을 확인하면 10초 후에 사라지는 단순한 서비스이지만 끼리끼리 문화를 중시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냅챗을 통해 전송되는 쪽지와 사진은 하루 평균 3억5,000만건을 웃돈다.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주자인 인스타그램의 경우 전송량이 매일 5,500만건 수준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SNS업체 페이스북과 중국 1위 게임사 텐센트가 각각 30억달러와 40억달러를 제시하며 스냅챗에 인수를 제의했다가 거절 당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3세대 메신저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존 모바일 메신저의 영향력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톡과 라인, 위챗, 왓츠앱 등의 아성이 여전한 데다 아직까지는 부가기능이나 연계 서비스에서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 모바일 메신저는 그대로 이용하면서 보조용으로 신규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하는 비중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모바일 메신저 업계가 3세대 메신저 기능을 추가하는 등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세대 모바일 메신저는 기록이 아닌 기억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특징"이라며 "기존 모바일 메신저를 대체하기보다는 일종의 보완재 역할을 하면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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