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심상찮은 日의 한국 뒤쫓기

일본의 한국 뒤쫓기 행보가 심상치 않다. 과거 경제와 문화 분야 등에서 특별한 힘을 들이지 않고 세계 속에 '일본 심기'를 척척 수행해내던 일본이 만성 경기 부진에 따른 총체적 난국의 타개책으로 '한국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외국 기업 유치에 인색했던 일본은 지난 6일 외국 기업의 연구개발(R&D) 거점을 일본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아시아거점화추진법안'을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제산업성은 세제우대와 보조금 지원 등 외국 기업에 '패키지 선물'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0년 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세제지원과 규제개혁을 통해 외국 기업 모시기에 발벗고 나선 한국 정부의 모습과 겹친다. 문화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산업성은 한국 정부의 한류 전파 전략을 본받아야 한다며 올해부터 일본판 한류 보급 전략인 '쿨 재팬' 을 분야별로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일본은 한국이 드라마를 통해 자국 문화와 역사ㆍ요리 등을 동남아시아에 전파한 것처럼 자신들도 음식과 애니메이션 등 주력 상품 수출을 확대해 '쿨 재팬'을 한류의 대항마로 키우기 위한 행보다. 이쯤 되면 한국의 콧대가 높아질 만도 하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을 뒤쫓는다는 사실에 도취됐기 때문일까. 일부 분야에서 한국이 주춤거리는 사이 일본이 우리의 자리를 꿰차는 양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원전 수주다. 일본은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에 패배한 뒤 한국형 수주전략을 벤치마킹해 터키와 베트남 등 원전 수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 원전 외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며 주춤하는 모양새다. 원전 분야만 내리막길을 걷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일본은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재팬 프리미엄'이라는 DNA를 간직하고 있는 만큼 다시 한번 절치부심해 한국을 끌어내릴 수 있다. 지금 일본에 간발의 차로 앞서 나간다고 해서 '이 정도면 안심'이라는 생각으로 자만해서는 안 된다. 일본이 우리를 뒤쫓는 듯 보이나 사실은 지금까지 우리의 전략을 탐색하고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위력을 떨칠 기반을 다진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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