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002990) 채권단이 당초 알려진 1조원대보다 대폭 낮춘 가격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인수협상에 나선다.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제시한 1조213억원은 밴드 가격의 상단일 뿐 실제 협상 시작 가격은 밴드 하단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여 교착상태에 빠졌던 금호산업 매각 협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의 한 핵심관계자는 2일 "채권단에 속한 금융사들이 제시하는 매각 희망가격을 종합해 가격 밴드를 만들어 금호그룹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제시한 가격은 밴드의 상단일 뿐 1조원 이하로도 얼마든지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이미 1조213억원(주당 5만9,000원)의 매각 희망 가격을 밝힌 미래에셋 외에도 농협·우리·국민은행, 대우증권 등 채권단 운영위원회 소속 금융사에 개별적으로 희망 가격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1조원이 넘는 매각가격을 제시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산은의 방침에 동참한다는 의견이다. 미래에셋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제시했던 1조213억원은 산은의 요청에 따라 우리의 희망가격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산은이 나머지 금융사의 의견을 듣고 정한 가격이 우리의 희망 가격보다 낮더라도 매각 협상을 반대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협상 가격에 다소 여유를 두기로 함에 따라 난관에 빠졌었던 박 회장과의 가격 협상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당초 미래에셋의 의견만 반영된 가격을 협상 시작가격으로 정했다. 박 회장 측이 제시한 인수가격 약 6,000억원(주당 3만4,000원)과는 무려 6,000억원의 차이가 났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양측이 의견을 제대로 나누지도 못한 채 협상이 결렬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산은이 채권단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 가격 밴드를 만들기로 가닥을 잡고 미래에셋 측도 이를 수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꽉 막혔던 협상에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권단 안에서는 실제 매각 성사를 위해서는 7,000억원 안팎이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기 때문에 수렴 절차를 거치면 합리적인 가격이 도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매각가격도 중요하지만 가급적이면 채권단이 잘 소통해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도 중요하다"면서 "미래에셋 외에도 다른 금융기관의 입장을 잘 반영해 적정 수준의 밴드 가격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채권단이 매각가격 범위를 확정하면 박 회장 측과 본격적인 가격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산은은 실무협상을 통해 밴드 구간 안에서 최종 가격을 산출한 뒤 채권단의 동의 절차를 얻어 박 회장 측에 통보할 계획이다. 박 회장 측은 이로부터 한 달 이내로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 통보해야 한다. 만약 박 회장이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채권단은 6개월 동안 제3자 매각을 추진하거나 매각 시기를 2~3년 뒤로 미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