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수익률이 전년에 비해 오히려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별 퇴직연금 수익률은 증권 5.98%, 손해보험 5.45%, 생명보험 5.18%, 은행 4.9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 6.41% ▦생명보험 6.22% ▦손해보험 6.20% ▦증권 10.73%에 달했던 지난 2009년의 수익률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이처럼 퇴직연금 수익률이 악화된 이유는 예적금, 금리형 보험상품, 국공채 등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이 이전에 비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은 2009년 85.3%에 비해 지난해 말 기준 88.5%로 오히려 늘었다.
이는 퇴직연금 시장점유율 49.62%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은행권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 판매에 치중하고 있는데다 경쟁 과열로 증권사들마저 원리금보장형에 고율의 이자를 제공하는 역마진 상품 판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증권업계의 실적 배당형 상품 비중은 2009년 28.97%에서 지난해 15.28%로 크게 줄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자금이라는 중요성 때문에 안정적 운용에 초점을 맞춰 자산 운용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확정기여(DC)형과 개인퇴직계좌(IRA)형의 경우 주식 편입비중이 높은 자산에 투자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확정급여(DB)형도 주식의 투자 비중을 30% 이내, 주식형 펀드와 혼합형 펀드 및 고위험 채권펀드의 투자 비중을 5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끊임없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여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상반기 중 DC형과 IRA형에도 40%까지 주식형 펀드 편입을 허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세 유형 모두 주식 및 주식관련 투자자산의 편입 한도를 높여 가입자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손성동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실장은 "퇴직연금의 정책상 목표가 고령화 시대에 취약한 노후준비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취지인데 지나치게 적립금의 안정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자금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퇴직연금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적립금의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입자들이 운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투자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퇴직연금은 장기 적립식 투자로 위험자산에 투자하더라도 리스크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며 "충분한 노후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실적 배당형 상품에 대한 가입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래에셋 퇴직연금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퇴직연금시장 규모는 포스코∙KT∙현대중공업∙한국전력 등의 대기업들이 참여하면서 44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손 실장은 "퇴직보험 신탁의 실질적인 종료, 국제회계기준(IFRS)의 본격 시행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퇴직연금시장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