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국 기업들이 어부지리 챙기는 '온누리상품권'

정부가 2009년부터 도입한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보호와 지역 상공인 지원을 위한 제도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애초 의도와 달리 전통시장 상품보다 주로 외국산 제품이 혜택을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도록 개설한 온라인쇼핑몰에 외국산 제품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누리팔도시장'에는 프랑스산 압력밥솥·프라이팬과 70만원대의 영국산 반죽기 등 외국 업체의 주방용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온누리전통시장'도 첫 화면만 국내 지역 특산물로 채워져 있을 뿐 곳곳에 수입 제품들이 배치돼 있다. 이탈리아 명품 압력밥솥이라는 주방용품부터 뉴질랜드산 골드키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입 제품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런 쇼핑몰이 우리 전통시장을 살리고 소상공인 지원에 도움이 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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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상품권을 전통시장에서 쓰지 않고 인터넷에서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깡'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 중고카페에 들어가 보면 '온누리상품권을 판다'는 글이 수 천여 건 올라와 있다. 회사에서 명절 보너스로 지급한 온누리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쓰는 직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일부 상인들이 구매가의 5%를 깎아주는 할인 제도를 이용해 온누리상품권을 대량 사들인 뒤 제값을 받고 되팔아 수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상품거래 없이 환전이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온라인상품권이 악용된 것이다.

정부는 올 추석 기간의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을 지난해보다 7% 늘어난 1,450억원으로 잡고 있다. 연간 판매 목표치도 전년 대비 10.5% 많은 3,600억원에 이른다. 이를 위해 대기업에 상생협력 차원에서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명절 휴가비로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대기업들도 이에 호응해 매년 수억~수백억원어치의 상품권을 사서 직원들에게 주고 있다.

문제는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에 흘러 들어가지도 않은 채 일부 관계자들의 개인 주머니를 채우는 데 이용되거나 외국 기업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정부는 무작정 온누리상품권 판매규모만 늘린다고 도입목적이 달성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이 소외된다면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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