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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남서쪽으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첨단산업단지 사이버자야(Cyberjaya). 열대 지방 특유의 밀림과 최첨단 빌딩이 어우러진 이곳에 한화 큐셀의 말레이시아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한화 큐셀은 한화케미칼이 지난해 10월 독일의 태양전지(Cell) 전문기업 큐셀을 인수해 출범시킨 기업이다. 인수 1년을 맞은 한화 큐셀의 모습을 현장에서 살펴보기 위해 지난 12일 직접 말레이시아 공장을 찾았다.
공장에 들어서자 열지어 늘어선 생산 라인위로 태양전지의 원자재인 웨이퍼가 끊임없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층간 공정을 이동할 때도 천장에 설치된 운송장비가 트랙을 따라 움직이며 자동으로 웨이퍼를 옮겼다. 전공정을 통틀어 사람의 손을 거치는 경우는 원자재 박스의 포장을 뜯을 때와 완성제품을 포장할 때 단 두 번 뿐이었다. 이병천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기획팀 매니저는 "태양광 제조기업 가운데 드물게 자동화된 공장"이라며 "비슷한 규모의 공장이 7,000명에서 1만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반면 이 공장의 총 직원 수는 747명"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집약적인 업종의 성격을 자동화를 통해 기술집약적 사업으로 바꾼 셈이다.
원자재 불량검사도 광학장비의 몫이었다. 웨이퍼가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가 싶더니 이내 불량 종류에 따라 여러 개의 트레이로 나뉘어 옮겨졌다. 이 팀장은 "광학장비를 이용해 눈으로 못 보는 미세한 불량까지 시작단계에서 걸러낼 수 있다"며 "한화큐셀말레이시아의 불량률은 0.0025%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첨단 공장 설계는 사실 한화가 인수하기 전 큐셀이 만들어낸 작품이지만 첨단공장의 장점이 발현된 것은 지난해 인수 이후다. 류성주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장은 "2009년 지어진 후 이 공장은 인수전까지 풀가동한 적이 없었다"며 "인수 당시 가동률 20~30% 수주에 누적 영업적자가 490억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공장은 5월 이후 풀가동되고 있다.
한화큐셀 말레이시아의 변화는 무엇보다 제품 공급처를 확보하면서 이뤄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일본의 종합상사인 마루베니의 아사다 테루오 회장을 직접 만나 4년간 500㎿의 모듈 공급계약을 따냈다. 가격보다는 품질을 중시하는 일본 시장 특성상 이 계약 수행을 위해서는 프리미엄급 제품을 만드는 생산 기반이 필요했다. 한화는 계약 2달 여 뒤 독일 큐셀 인수를 발표했다. 김 회장은 당시 제조 기반 확보와 대형수주 영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했던 셈이다. 류 법인장은 "일본 판매량은 지난해 11㎿에서 올 상반기 108㎿로 10배 가까이 뛰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전체 판매량도 145㎿에서 323㎿로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