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해외 생산기지 속속 U턴… 美제조업 새 르네상스 열리나

中임금상승·운송비 부담도 한몫… 현지 GE·캐터필러 등 속속 철수<br>"美 경기회복 견인할것" 기대불구 "고용창출 효과는 미지수" 지적도


세계 최대의 중장비 제조업체인 미국 캐터필러는 올해 미국 텍사스주(州)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각각 유압 굴착기와 광산장비 제조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소형 스키드스티어(중장비 차량)를 생산하는 또 다른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도 생산라인을 확장한다. 지난 2009년 본사가 위치한 일리노이주 공장들에서 2,100여명을 해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캐터필러가 2년 만에 미국에서 공격적인 행보로 돌아선 것은 지난 1ㆍ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57% 늘어난 129억달러를 기록하고 순이익은 5배나 급등하는 등 화려한 실적을 올린 덕분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부진에서 벗어난 캐터필러는 과거와 달리 미국 투자에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미스트지는 과거 중국 등 신흥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미국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임금 상승 등 글로벌 제조업 환경이 변하면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미국 제조업이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U턴 현상이 얼마나 많은 고용을 창출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미 경제의 11.7%를 차지하는 제조업의 부흥은 경제회복을 견인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집으로 돌아오는 미 제조업체들= 캐터필러처럼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리거나 해외의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겨오는 기업의 사례는 적지 않다.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4월 6억달러를 들여 미국 최대의 태양광 패널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내 가전제품 생산기지를 철수하는 대신 과거 폐쇄 결정을 내렸던 미국 내 4곳의 냉장고 공장들에 4년간 4억3,200만달러를 투자해 생산을 재개하기로 했다. 장난감 제조업체인 웸-오(Wham-O)는 중국과 멕시코 공장에서의 원반 빛 훌라후프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미국 생산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전자기기업체인 NCR도 주력제품인 자동현금인출기(ATM)의 생산을 조지아주 공장으로 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 BCG는 보고서에서 "여러 미국 기업들과 생산기지 이전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향후 2~3년간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임금으로 돌아선 중국, 기업 혜택 늘린 미국= 기업들의 U턴 현상에는 최근 중국의 임금 상승 추세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제조업 생산비용에서 임금 비중은 최대 30%로 제조업체 경쟁력에서 임금 수준은 핵심 변수이다. 과거 미 제조업체들이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원가절감을 노리고 중국으로 몰려갔듯이, 기업들은 최근 중국의 저임금 매력이 사라지자 다시 미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BCG는 중국 제조업 근로자 임금이 2015년까지 매년 17%씩 오르는 반면 미국 근로자 임금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3% 상승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제조업 대비 중국 제조업의 평균 임금 비율은 지난 2010년 31%에서 오는 2015년 44%로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중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3분의 1에 머문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생산을 고수할 유인은 떨어진다. 해롤드 서킨 BCG 시니어파트너는 "오는 2015년부터 미국시장 판매제품의 경우 미국 생산이 경쟁력 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운송비가 급증한 점도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돌려놓는 요인이다. 지금까지는 자국 시장용 제품을 중국에서 역수입했지만 이제는 미국에서 생산해 바로 공급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 주정부들이 일자리 창출과 장기적인 세수확보를 위해 단기적인 세제혜택 등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는 것도 미 제조업체들의 U턴을 촉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샬롯시는 중국 상하이시를 제치고 독일 지멘스로부터 1억7,000만달러짜리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고용창출 효과는 미지수= 다만 미국 제조업의 새로운 부흥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있는 실업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비즈니스위크는 "미국 제조업의 르네상스가 고용의 르네상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생산성 높은 업체들은 적은 인력으로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 공급자관리협회(ISM)의 제조업지수는 지난 2009년 8월에 '경기확장'을 의미하는 50포인트를 넘어선 이래 22개월째 확장국면을 지속하고 있지만,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의 순 고용인원은 약 7만명으로 0.7% 증가에 그쳤다. 이 때문에 미국 제조업체들이 일자리 창출은 하지 않고 세제혜택만 얻어내 가뜩이나 어려운 주 정부들의 재정난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제조기업들의 잇단 U턴 현상이 고용시장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공장 신설 및 증설로 대규모 건설수요가 발생하는 데다 완성품 제조업체가 미국으로 돌아오면 상당수 협력업체들도 이에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공장들의 자동화 설비에도 불구하고 직ㆍ간접적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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