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물가안정 빌미 압박에 업계 울상

■ 공정위, 프리미엄 주스 가격 적정성 조사 <BR>소시지·분유 등 전방위 조사 이어질듯 <BR>일부社 프리미엄 제품 출시 미루기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프리미엄 주스 제품 조사는 정부의 물가안정이란 큰 틀에서 진행되고 있다. 가뜩이나 물가가 심상치 않은 상태에서 일부 기업들이 '프리미엄'이란 포장을 해 가격을 편법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을 막는데 있다. 우유에 이어 주스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앞으로 소시지, 분유, 소금 등 파상적인 조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그간 정부의 물가 압박으로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가격을 올리지 못해 울상을 짓던 업체들이 공정위의 잇단 조사로 설상가상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내 굴지의 식품 업계 경영진들 조차 아예 대놓고 "이제 식품 산업에서 손을 떼야 되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푸념을 내뱉는 실정이다.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물가 안정을 빌미로 한 정부의 고강도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비빌 언덕이 없다는 넋두리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물가 안정 대책들을 정리해 보면 이런 위기감이 기업들의 엄살만은 아니다. 이달 만 해도 유기농 우유에 대한 가격 시비에 이어 세법 개정안을 통해 설탕의 기본 관세율을 30%포인트나 낮췄다. 특히 CJ제일제당 등 설탕업체들은 정부가 물가안정에 혈안이 된 나머지 국내 제당 업계의 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수도 있는 관세 인하 조치를 성급하게 단행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가격 조사는 식품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의 출시를 미루는 실정이다. 괜히 정부에게 찍혀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간섭이 실제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도 적잖은 여파를 미치고 있는 셈이다. 유기농 우유 사태만 해도 그런 측면이 적지 않다. 유기농 우유가 일반 우유와 비교해 품질 차이 없이 가격만 비싸다는 지극히 '단순한' 조사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편견을 심는데 정부가 일조했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물론 프리미엄 제품 가격에 대한 조사가 일부 기업의 몰지각하고 부도덕한 가격 정책을 시정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혜택에 돌아가게끔 하는 순기능이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 조사가 어떤 의도성을 갖고 몰아치듯 진행되고 있고 이런 정부의 셈법이 기업들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식품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유 관계자는 "전체 우유의 1%도 안 되는 유기농 우유를 시비 걸 때부터 업계에서는 일반 우유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파악했다"며 "실제 추석 이후 우유 가격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아직 손도 못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신라면 블랙, 유기농 우유 등 프리미엄급 제품에 대한 평가는 소비자가 알아서 하는 것이지 정부가 교통 정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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