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머나먼 시장경제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도 100만대 이상씩 생산을 줄이고 인수합병에 나서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보기에 아주 작은 자동차 회사인 기아가 쓰러진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한국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포화상태에 이른 자동차 시장, 치열해 진 기업간 경쟁. 시장논리에 따라 도태돼 가는 회사를 정부가 나서서 어떻게든 되살리려는 모습이 자율과 합리에 익숙한 외국인들 눈에는 곱게 비칠 리 만무였다. 더욱이 현대가 구세주인양 국민들 앞에 기아 인수자로 나서서 당당하게 부채 탕감을 요구했을 때 그들의 눈은 휘둥그래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탕감된 부채에 대해 세금을 추징하느냐를 놓고 현재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국세청은 기아자동차에 탕감해 준 부채에 대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할 움직임이다. 기아는 이에 맞서 강한 불만을 터뜨리며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산업자원부는 기아 편이다. 거액의 세금을 추징할 경우 기아가 다시 부실해 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 기업에 대한 세금징수문제를 놓고 정부와 기업이 극한 대결로 치달으며 정부내에서조차 의견이 갈라져 있는 형국이다.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기 위해 또 한번 작정을 한 모양이다. 왜 부채탕감에 대한 세금면제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적용대상 기업에만 되고 다른 부실기업은 해당이 안되는지. 또 엄청난 부채를 탕감받아 대규모 흑자전환을 광고하던 기아가 세금을 매긴다니까 하루 아침에 그토록 크게 앓는 소리를 내는지 누구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러다가 또 외국인들의 웃음거리나 되지 않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번 문제의 단초는 정부가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부실하기 때문에 기업의 반발을 자초한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말뿐인 시장경제와 그 뒷면의 국민들을 볼모로 삼은 어거지 구조조정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기아문제는 시장경제 실패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박동석기자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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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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