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중산층 코미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대규모 감세안에 대해 부자감세 논란이 일자 혜택의 절반 이상이 중산ㆍ서민층과 중소기업에 돌아간다며 진화에 나섰다. 2009년 전체 감세액 11조6,850억원의 58%가 이들의 몫이라는 것이었다. 이때 소득세 과표 8,800만원(연 소득 약 1억2,000만원)까지를 중산ㆍ서민층으로 분류해 감세 혜택을 계산했다.


△이달 8일 박근혜 정부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중산층 이상 434만 근로소득자에게서 1조3,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어 저소득층 자녀장려금 도입, 근로장려세제 확대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연간 총급여 3,450만~7,000만원인 근로소득자에게서 평균 16만원의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인데 세금폭탄 논란으로 비화해 박 대통령이 4일 만에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결국 당정이 긴급 협의를 거쳐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근로소득 기준을 5,500만원으로 높이기로 잠정 합의했다. 5,500만원은 지난해 개인별 중위소득 3,750만원의 150%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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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에 대한 정의가 이처럼 다양하다 보니 정부는 입맛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사용해왔다. 총 급여가 3,450만원을 넘는 근로자는 지난해 기준 1,554만명으로 상위 28%에 속한다. 하지만 중산층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산층은 개인이 아니라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위로 나열한 뒤 중간점에서 50~150% 범위 안에 있는 가구를 말한다. 하지만 근로소득세는 개인별로 과세하므로 이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OECD에서도 가구원수에 비례해 계산한 균등화소득 개념을 쓴다. 우리나라는 개인별 중위소득 파악에 '5인 이상 사업장 상용근로자 월평균 임금×12개월'통계를 이용하는데 지난해 균등화 소득은 약 3,750만원이다. 여기에 1.5(150%)를 곱한 5,625만원까지를 중산층으로 볼 수 있다.

△중산층을 상위ㆍ하위 각 20%를 뺀 중위 60%로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 중위 60%의 경상소득 점유율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크게 떨어지기도 했지만 대체로 54~55%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모호한 중산ㆍ서민층 개념으로 포장한 세제개편안 대신 형평성ㆍ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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