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권희석 하나투어 사장

"초식동물이 무리 지어 새 초원 찾듯 여행업계도 힘 모아 新시장 개척해야"<br>22년전日수학여행 보고 "저거다" 국내도 여행붐확신갖고 창업 결심<br>IMF 위기딛고 업계첫코스닥 상장<br>中 거점으로 글로벌시장 적극 진출<br>글로벌 여행종합그룹으로 도약할것



권희석 사장과 하나투어 임직원들이 사랑의 쌀 나누기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제공=하나투어

권희석 사장이 서울노인복지센터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하나투어

"스스로 사냥할 능력이 없는 초식동물들은 먹이와 물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절대적 약자인 초식동물은 무리를 지어 이동해야만 포식자들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세계적인 여행기업이나 여행영역을 넘보는 다른 산업군과 비교하면 국내 여행업체들의 사정도 초식동물과 비슷합니다. 힘을 모아 새로운 초원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국내 여행업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나투어의 권희석(54ㆍ사진) 사장은 여행산업을 물과 초원을 찾아 대이동하는 아프리카 초식동물에 비유하곤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껏 움츠렸던 여행산업은 지난해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큰 폭의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집트 사태와 유가 상승 등 대내외적 여행환경에는 여전히 위기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외부의 작은 변화에도 요동치는 여행산업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권 사장은 요즘처럼 호황일 때 오히려 위기에 대비하고 업계가 힘을 모아 상생을 꾀해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오는 3월1일 하나투어 브랜드 출범 15주년을 앞두고 권 사장을 만나 여행인으로서 그의 삶과 비전을 들어봤다. 권 사장이 처음부터 여행업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첫 직장인 BYC에서 자재관리를 담당하다가 전공(경영학)을 살리기 위해 옮긴 중소기업 모나리자에서는 경리업무를 3년여간 도맡았다. 지난 1980년대 말에는 국내 굴지의 패션업체가 신설한 광고대행사 서울마케팅서비스로 이직해 경리 파트와 광고 업무를 진행하던 중 권 사장은 우연치 않게 여행산업에 눈을 뜨게 된다. "광고회사에서 근무했던 1989년 광고주 초청으로 하와이로 세미나를 다녀오게 됐어요. 당시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시작한 시점이라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지요. 그런데 하와이로 수학여행을 온 일본 고등학생들을 보니 몇 년 안에 우리나라에도 여행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온 몸에 전율이 흐르면서 여행산업에 뛰어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여행사를 차리면 10년 안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1995년 권 사장은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심야시간대 공중파 TV 띠 광고를 싸게 구매해 광고를 내보내 모객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구상했다. 그러나 동업을 약속했던 동료가 변심하면서 여행사 설립은 무산됐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당시 국일여행사 출신의 중학교 동창 박상환(현 하나투어 회장)씨와 1996년 의기투합해 홀세일러(wholesaler)를 표방한 하나투어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마지막 해 받은 월급이 연간 6,500만원이 넘었어요. 당시 개포동 아파트 13평이 2,000만원이었으니 수입이 꽤 좋았지요. 그런데 여행업으로 바꾸면서 월평균 300만원, 연간 3,600만원을 집에 갖다주게 됐어요. 딱 반으로 깎인 셈이지요." 하지만 곧바로 덮쳐온 IMF 외환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창립 이듬해인 1997년 12월에는 한 달도 못 버틸 정도로 자금사정이 악화됐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무역 분야에서 출장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던 것. 그전까지는 쳐다보지도 않던 출장용 비행기 티켓 시장이었다. 덕분에 하나투어는 여행사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지며 13년 연속 1등 기업으로 자리잡는 초석을 마련한다. 권 사장은 2000년 또 다른 기적을 일궜다. 여행업계 처음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것이다. "여행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어요. 여행사 다니는 총각에게는 딸을 주지 않겠다는 부모들이 많았죠. 하지만 여행산업이 제대로 된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상장을 통한 '신용(credit)'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에는 여행사들이 난립한데다 신용이 확보되지 않아 고객이 입금한 돈을 떼이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못한 경우도 많았어요. 반대로 여행사를 믿지 못해 고객들이 입금을 하지 않고 공항에서 현금으로 결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어요. 여행사가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인식됐고 비자금이나 해외 송금 문제로 말썽이 많았던 상황이었으니까요." 하나투어가 시작한 이러한 노력은 여행업계 전체로 확산되면서 지금은 코스닥 상장기업이 10곳을 웃돌며 어엿한 '산업군'으로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하나투어의 코스닥 상장은 당시 업계의 관행을 깨는 데도 한몫했다. 권 사장은 여행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현지 파트너에게 어음을 주는 업계의 관행이 가장 놀랍고 안타까웠다고 회고한다. 권 사장은 현지 파트너 업체에 3~6개월짜리 어음을 발행하는 것을 당연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상비(여행사의 현지 경비)를 현금으로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파트너 업체들이 숨통을 틔워줬다. "하나투어가 홀세일러를 지향하는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파트너 업체인 리테일러가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환경변화에 취약한 여행 생태계에서는 함께 살아남기 위한 '상생의 정신'이 더욱 필요합니다. 바로 아프리카 초식동물처럼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것이지요. 멀리 가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 함께 가야 합니다." 자신의 말처럼 '멀리 가기 위해' 권 사장은 하나투어를 글로벌 여행종합그룹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우선 내국인 대상 여행 서비스에 국한됐던 해외지사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나투어가 기획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하나투어는 이미 2006년 코스닥 기업 최초로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하나투어의 글로벌 전략 중심에는 미국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성장한 중국이 놓여 있다. "중국에서는 매년 1억3,000만명이 해외로 여행을 떠납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로 볼 때 앞으로 더 가파른 성장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국내 여행업체들은 이들을 한국으로 어떻게 유인할 것인가에만 신경을 쓰고 있어요. 좀 더 넓게 보면 중국의 여행시장 자체가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거든요. 중국의 아웃바운드 시장을 공략해 중국을 거점으로 글로벌 여행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바로 하나투어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대한민국 시장만으로는 너무 작습니다. 일본ㆍ중국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인에게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여행그룹으로 도약할 겁니다."
"관광 이어 문화로 보폭넓혀 2020년 수탁액 40조 달성"
■ 하나투어 중장기 비전 하나투어는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넘버 원 문화관광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현재 진행 중인 관광사업뿐 아니라 문화사업으로 보폭을 넓혀 2020년께 수탁액(총판매금액) 40조원을 달성할 방침이다. 특히 해외지사의 역할을 강화해 그룹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 중 절반 이상을 글로벌 사업에서 창출할 계획이다. 그 첫 단추를 채우고 장정에 오르는 올해 하나투어 본사와 자회사를 합쳐 총수탁액 2조6,000억원을 달성하고 매출액은 3,391억원, 영업이익은 434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비전 2020'을 달성하기 위해 하나투어는 3대 전략과 3대 기반활동 방향을 제시했다. 3대 전략 방향인 'WWW'는 ▦동북아 문화관광 벨트 구축(WORLD) ▦트래블 2.0-진화와 확대(WIDE) ▦여행정보기반 온라인 여행 포털 구축(WEB)이다. 동북아 문화관광 벨트 구축은 한중일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분야에서 수탁액 3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는다. 하나투어의 진화와 확대 전략은 고객 감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별자유여행(FIT) 패키지와 고부가가치 패키지로 진화하는 한편 문화관광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내용을 포괄한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맞춰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여행정보기반 온라인 여행 포털 구축 전략은 국내 최대의 세계 여행정보기반을 구축함으로써 2015년 하나투어닷컴 판매 비중(영업수익 기준)을 30%까지 확대하고 하루평균 방문자 수를 100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3대 기반활동 방향인 'COM'은 창조적 기업문화육성(Creative organization), 유연하고 생산적인 조직(Operational efficiency), 전략적 인적자원 개발(Manpower development) 등을 나타낸다. 권 사장은 "지난 10년간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투어는 10배 이상의 매출신장을 이뤘으며 앞으로 10년도 10~20배 이상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2020년 글로벌 비전은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나되는 지구세상 만들자" 희망여행·장학사업 팔 걷어

■ 사회공헌활동
업계 최초 전담조직 CSR팀 신설 소외계층에 여행지원등 나눔 앞장
임직원들 자율적 봉사활동도 눈길
대한민국 여행문화를 선도하는 하나투어가 내건 사회공헌 슬로건이다. 사회공헌을 기업의 책무로 여기는 권희석 사장의 경영철학에 맞춰 하나투어는 업계 최초로 사회공헌전담부서(CSR팀)를 설치, 수익의 일정 부분을 적립해 희망여행 프로젝트 및 투어챌린저 장학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넘버 원 여행기업'답게 '여행'이란 사업 분야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사업을 펼쳐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 한편 희망과 꿈을 나누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희망여행 프로젝트'는 저소득층 아동과 청소년이 어려운 환경을 딛고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여행을 지원하는 것이다. 돈도 없고 거리도 먼 탓에 다른 도시를 방문해본 적이 없는 소외계층 아이들은 말 그대로 희망여행을 누리게 된다.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 10월 말까지 총 2억2,000만원의 희망여행기금으로 전국 45개 단체, 1,200여명의 소외 이웃들에게 희망여행을 선사했다. 단순히 물질적 지원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신적으로 충족될 수 있도록 문화적 지원을 하는 나눔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하나투어는 창의적 관광인재 육성을 위해 매년 전국 관광 관련 학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투어 챌린저'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투어 챌린저는 넓은 세계 속에서 다양한 미션 활동을 통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나가는 참여형 해외탐방 프로그램으로 여행을 통해 글로벌 투어리즘의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전국 관광학도들에게 교류의 장과 진로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총 162명의 투어챌린저들이 선발됐으며 지난해 '투어챌린저, 여행의 이정표를 세우다'라는 주제 아래 투어챌린저 5기가 7월5일부터 19일까지 인도와 네팔 지역을 탐방했다. 다양한 관광 관련 활동을 수행하는 동시에 공정여행 캠페인과 한국문화 알리기 공연 등 현지인과의 소통에 중점을 둔 활동을 진행했다. 직원들의 자율적인 봉사활동도 눈에 띈다. 2009년부터 임직원들이 자율적인 봉사활동 조직인 '하나투어 임직원 희망 봉사단'을 정식 발족해 굿네이버스와 함께 사회 그늘진 곳곳에 온정을 전하는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하나투어는 100원의 기적, 희망트리, 온라인 콩 저금통 등 사내 기부활동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다.
권희석 사장은
▦1957년 전남 곡성 ▦1985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1989년 서울마케팅서비스 입사 ▦1996년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1996년 하나투어 공동창업 ▦1999년 하나투어 상무 ▦2001년 하나투어 전무 ▦2005년 하나투어 부사장 ▦2008년~현재 하나투어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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