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유사 "직원 진술만 의존… 소송 불사"

10년간 '주유소 나눠먹기' 정유사들에 4,348억 과징금<br>자료 뺏긴 GS칼텍스, 자진신고로 과징금 면제<br>나머지 3사 "일개 직원 진술 의존… 소송 불사"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100원씩 낮추는 등 나름 노력을 했지만, 공정위는 26일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유사들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는 정유 4사의 담합사건을 놓고 저녁 늦게까지 공정위와 정유사 간에 한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공정위 조사관이 지난 10년간 정유사들이 주유소 유치 경쟁을 자제하기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지적하자 GSㆍGS칼텍스ㆍS-OIL 측 변호사와 임직원은 "증거가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자 공정위는 담합사실을 자진 고백한 GS칼텍스 측 직원 A씨를 증언대에 세웠다. 이날 공정위가 내민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GS칼텍스 직원의 진술이었다. 배신자로 낙인 찍힐 것을 감수하고 GS칼텍스가 죄를 자진고백한 이유는 바로 리니언시 때문. 이는 담합사실을 1순위로 고백하면 과징금을 전액 면해주는 제도다. 공정위가 26일 발표한 정유 4사에 최종부과한 과징금 액수는 총 4,348억원. 사상 두 번째로 무거운 과징금이었다. 그러나 GS칼텍스는 1,772억원의 과징금과 검찰고발을 면했다. 리니언시 제도의 위력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리니언시에 떨고 있는 정유업계=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 GS칼텍스가 다른 건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다가 압수당한 서류에 우연히 주유소 원적지 담합 자료가 포함됐다. GS칼텍스는 자료를 뺏긴 상황에서 자진신고를 결심했다. 불과 몇 달 전인 지난 2009년 말, SK의 자진신고로 GS칼텍스를 포함한 6개 업체가 액화천연가스(LPG)가격 담합으로 사상 최대규모인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물론 SK는 막대한 과징금을 피해갔다. '배신의 아픔'을 당한 GS칼텍스가 이번에는 선수를 친 것이다. GS칼덱스는 2000년 정유 4사 소매영업 팀장이 모여 주유소 확보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고 고백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지난 10년간 정유사들의 '주유소 나눠먹기'가 없었다면 정유사들이 주유소 확보를 위해 기름을 더 싸게 공급했을 것이고 이는 소비자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별 과징금 규모는 ▦SK 1,379억원 ▦현대오일뱅크 744억원 ▦S-OIL 452억원이었으며 SK와 현대는 검찰고발조치를 당했다. ◇SKㆍ현대ㆍS-Oil 등 3사는 강력 반발=GS를 제외한 나머지 정유사들의 반발은 어느 때보다 거세다. 특히 공정위가 일개 영업직원의 진술에 의존해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물가 잡기 일환으로 공정위가 무리한 담합 조사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 정유업계의 시각이다. 3개사 모두 불복 소송을 불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오일뱅크는 "담합사실이 결단코 없다"며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모든 법적 수단을 취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SK의 한 고위관계자도 "담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고 말했다. S-Oil도 "전혀 담합한 사실이 없다"며 "법적 대응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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