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아랍 국가의 연쇄적인 민주화 혁명을 뜻하는 ‘재스민 혁명’이 북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북한은) 재스민 혁명과 같은 움직임을 거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발행된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의 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하지만 북한 사회는 많이 차단돼 있고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중동 혁명은 적어도 당분간은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권력 이양 단계여서 남북 대화가 경색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권력 세습이 3대로 이어지는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북한은 안정성을 원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북한은 아마도 대화 용의를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만일 권력 이양이 계획대로 이뤄져도 김정일의 대표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 행위와 관련, “앞으로는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며 “이러한 자세를 통해 북한이 한국을 더 이상 위협하지 못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북한에 도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솔직한지 지켜본 뒤에 이들의 대화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독일 통일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주역들을 숙소로 초청해 조찬간담회를 갖고 한반도 정세와 우리 정부의 통일정책을 설명하고 독일 통일과 내부 통합 경험이 한반도 통일에 시사하는 점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간담회에는 동독의 마지막 총리로 서독과의 통일 협상을 이끈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총리, 통독 당시 서독 내무 장관으로 통일 조약에 서독측 대표로 서명한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헬무트 콜 전 서독 총리의 보좌관으로 통독 프로세스를 설계한 호르스트 텔칙 전 총리 외교보좌관, 통일 당시 서독 육군의 동부지역 사령관으로 동ㆍ서독 군 통합을 주도한 외르크 쉔봄 전 독일 국방 차관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전용기편으로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해 독일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전날 저녁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유망 전략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강화키로 했다. 이 대통령과 불프 대통령은 대통령궁인 벨뷔성에서 열린 회담에서 분단이라는 공통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ㆍ경제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한층 강화하자고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