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부산 세계개발 원조총회와 국격


반세기 전 우리는 배고팠다. 그리고 21세기를 그리며 선진국을 꿈꿨다. 그런 우리는 지금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선진국 정상들이 모인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올해는 효과적인 원조를 논하기 위한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4th High-Level Forum on Aid Effectivenessㆍ HLF-4)'를 연다. 6ㆍ25 전쟁의 상흔을 딛고 불과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공적인 개발을 이뤄낸 우리나라. 그런 우리나라가 HLF-4를 개최한다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2,000명에 달하는 각국 고위급 인사들과 국제기구, 시민사회 대표 등이 한자리에 모여서 세계 원조의 새로운 틀을 짜는 장이 바로 이곳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산선언'까지 발표하니 우리로서는 경사가 아닐 수 없다. HLF-4 개최의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우리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치가 달라진 것을 뜻한다. 이제껏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따라가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미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우리가 실질적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의를 통해 한국의 성공적인 개발경험 가치를 재점검하고 이를 개도국과의 협력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국격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G20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이어 경제를 넘어선 빈곤문제해결에 앞장서는 한국으로 자리매김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인 것이다. 하지만 높아진 국격만으로는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친다는 것을 기억하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떡이 되려면 '보기 좋은' 국격에 걸맞은 '먹기 좋은' 책임과 의무가 수반돼야 한다. 이 책무는 행사의 성공적 개최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다. 국제사회 빈곤퇴치와 개발을 위한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노력이 있어야 충족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까지 매월 국민 한 사람당 3,000원 정도의 규모로 원조에 참여하고 있다. 선진국 평균 10,000원에 비하면 아직 적다. 새로 개발원조에 참여한 신흥공여국 슬로베니아나 터키보다도 적다. 정부가 의결한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로드맵'이 있다. 지금까지 15% 이상 공적개발원조액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것은 눈길을 끌만하다. 하지만 아직 더 분발해야 한다. HLF-4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높아지는 우리 국격은 그에 걸맞은 지속적 공적개발원조액 확대, 개발협력 선진화 등으로 완성돼야 한다. 우리 국격이 알맹이 없는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속이 꽉 찬 먹기 좋은 떡이 되기 위해서는 범국가적 지지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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