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 차남 현철씨의 각종 인사와 이권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증언과 증거가 터져 나오면서 여론이 비등하자 검찰이 어쩔 수 없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검찰은 김씨의 위법혐의를 입증할 수사단서가 될만한 정보를 수집중이라고 밝혀 내사 사실을 시인했다. 현철씨가 정부 고위인사와 지역민방 선정과정 등 국정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증언과 증거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검찰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를 형사처벌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직도 검찰수사에 대해 신뢰를 갖기에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한보의혹사건 수사에서 보여준 불신의 골이 너무나 깊기 때문이다. 그것은 검찰이 자초한 것이다.
한보의혹수사는 처음부터 의욕도 노력도 찾아볼 수 없었고 권력의 눈치보기·봐주기로 일관했다는 것이 국민들의 평가다. 그 결과 한보의혹의 해소가 아니라 의혹을 오히려 부풀려 놓았고 검찰의 위상과 신뢰는 여지없이 땅에 떨어졌다. 그러고도 수사 책임자는 「누구라도 이 이상 잘 할수 없었을 것」이라는 변명만 늘어놓아 국민의 분통을 건들였다.
그런 검찰이 이제 현철씨수사에 착수했다고 하나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아직도 여론 눈치, 권력이동현상에 영향을 받아 피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의혹과 증언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더 이상 외면할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다가 빗발치는 여론에 떼밀려 마지못해 수사를 하게 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 권력 누수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정국의 흐름이 바뀌는 등 정치권판도 변화에 따라 더 주저할 수 없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 다른 눈치보기 일텐데 권력의 흐름은 언제 다시 변전될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범죄 구성단서가 제시되면…」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면…」 「국회특위에서 구체적 범죄혐의가 제기되면…」 등등의 꼬리를 달아 어정쩡하고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이제라도 불신을 씻고 검찰다운 검찰로 위상을 재정립하느냐, 아니면 한보의혹과 현철의혹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무용론속에 갇히느냐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선택은 검찰의 의지에 달려 있다. 현철씨에 얽힌 의혹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엄정하게 밝혀내고 위법에 대해서는 성역없이 사법처리하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물론 한보의혹을 전면 재수사,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는 작업도 동시에 착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사책임자를 포함 수사진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또 한번 불명예를 쓰게 될 것이다. 행여 성역을 쌓거나 눈치보기·봐주기 해명성 수사를 할 양이면 특별검사제도입을 스스로 제안하고 도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