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이번 절충안은 조정위 권고안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보상비용 1,000억원에 대해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 사안을 '개인적 보상'이 아닌 '사회적 부조'로 봐야 한다는 조정위 측 권고에 삼성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보상금 규모는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삼성은 다만 1,000억원을 들여 공익법인을 설립하도록 한 조정위의 권고안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을 통해 보상을 실시하면 그만큼 시간이 지연돼 유족들의 고통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또 조정위 권고안은 재원의 30%를 법인 운영 등에 쓰도록 해 '새나가는 돈'이 많도록 설계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보상 이외의 목적에 돈을 쓰는 것보다 고통을 겪은 분들에게 가급적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게 기본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 기금을 활용해 보상 외에 △반도체 산업 안전보건 증진을 위한 연구조사 △반도체 중소기업 산업안전보건 컨설팅 △반도체 산업안전보건 전문가 양성 등에 쓰기로 했다.
삼성은 이어 보상을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백혈병 관련 가족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권고안에 대한 의견 발표에서 "하루라도 빨리 보상 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보상 대상이 되는 질병을 포함한 원칙과 기준은 가급적 조정위가 권고한 방식을 존중하기로 했다. 또 상주 협력사 퇴직자도 보상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1월1일 이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등 작업공정, 관련시설 설치 정비 및 수리 업무를 1년 이상 수행하다가 △1996년 이후 퇴직한 직원들은 모두 보상 대상이 된다. 권고안은 2011년 이전 입사자 모두를 대상으로 삼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40년 전에 퇴사한 사람들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삼성은 또한 종합진단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종합진단팀은 고용노동부가 위촉한 반도체보건관리모니터링위원회 위원 중에서 4~5명을 추천받고 여기에 국내외 전문가 2~3명, 근로자 대표 1~2명을 더해 구성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조사팀의 진단을 통해 문제가 드러나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며 "임직원 건강관리 전담인력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