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임 통산 어색한 방미/김준수 정경부 차장대우(기자의 눈)

같은 매라도 앞에서 맞는 것과 뒤에서 맞는 것은 차이가 있다. 뒤통수를 맞는다는 것은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대단한 「모욕」이다.임창렬 통상산업부장관은 지난 2일 미국에서 된통 뒤통수를 맞았다. 임장관이 도착한 바로 미국은 그날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을 슈퍼 301조상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으로 전격 지정했다. 손님을 모셔놓고 경을 친 격이다. 양국은 이날 한미기업협력위원회(CBC)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 기구는 한미간 경제협력협의체로서는 처음 정부와 민간대표가 함께 참여, 협력증진 방안을 마련하는 우호적 성격을 가진 것. 잔칫날이나 다름없는 바로 그날 미국은 우리 자동차시장을 PFCP로 지정, 표리부동하고 안하무인격인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우리측 대응이다. 미국이 우리 자동차시장을 PFCP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통산부측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임장관은 이날 회의 참석을 강행했다. 현지에 가서 우리 입장을 적극 설명한다는 것이 통산부의 설명이나 쫓아가서 뒤통수를 맞고는 억울하다고 울먹이는 꼴이 돼버렸다. 진작 가서 우리 입장을 충실히 설명했으면 이런 봉변을 당했겠느냐고 실무자들은 안타까워했다. 출국직전 임장관이 『우리를 PFCP로 지정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적절한 발언이 아니었다. 당시는 실무협상팀이 막바지 협상을 벌이는 단계. 임장관의 발언은 공연히 미국측 협상팀의 심기를 건드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결과가 됐다는 평이다. 비록 협상을 마친 상황이기는 하나 미국의 PFCP 결정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협상실무팀이 줄줄이 장관영접에 나가느라 허둥댄 것도 보기좋은 모습이 아니었다는 현지의 전언이다. 이제 한미양국은 사실상 통상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그런데 우리측 야전사령관이 적지에 가있어 우리공격이 무뎌질수 밖에 없는 형국이니 앞날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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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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