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우근(34) 씨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10원대로 떨어졌다고 하자 달러를 사두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저금리에 여유 자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환차익을 노려보는 건 어떨지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회사원 김지현(28) 씨는 휴가 때마다 해외 각지로 돌아다닌다. 싱가포르 달러부터 시작해서, 태국 바트, 중국 위안화 등 쓰다 남은 세계 각지의 소액 현지화들이 저금통에 보관돼 있었다. 얼핏 추산하기로만 수십 만원 수준인데 은행에만 넣어둬도 다음에 같은 나라에 갔을 때 꺼내 쓰기 편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해외여행 증가에 원고 행진, 그리고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예·적금 금리까지. 이 때문일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596억3,000만 달러로 전월말 대비 12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전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
앞으로도 저금리 기조로 여유자금 투자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것이고, 해외여행 증가세와 원화 강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외화예금에 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외화예금, 어떤 이점이 있길래=외화예금은 기본적으로 금리가 없다. 철저히 환차익을 노리고 가입하는 상품이다.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에 따르면 외화예금은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절세 효과다. 국내 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외화예금(미국 달러화 기준)은 표면금리가 0이다.
외화예금의 금리가 해당 국가 금리 수준에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자가 없기 때문에 이자소득세 15.4%를 낼 이유도 없다.
또 환차익에 대한 과세도 없다. 투자이익이 얼마가 나든지 간에 종합소득세 내지 금융종합과세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80원 수준일 때 1억원짜리 달러 예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4개월이 지나 환율이 1,160원까지 오르면 환차익이 740만원(환율 상승률 7.4%)이 발생한다. 반면 같은 기간 연 3% 정기예금에 가입했을 때 기대 수익률은 세후 2.5%에 불과하다. 투자이익은 두 배가 되면서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환 이해도가 높은 자산가를 중심으로 외화예금을 활용한 재테크가 이뤄져왔다"면서도 "최근에는 해외 여행에 대한 꾸준한 관심, 재테크에 대한 국민적 관심 등으로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소개하는 외화예금=시중은행들은 일찌감치 외화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별로 판매하는 외화예금마다 특성은 다소 다르니 주거래은행이라고 해서 가입하는 것보다 사전에 인지하고 해당 은행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현재 원화가 고점을 찍고 향후 원화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 외환은행의 '더 와이드(The Wide) 외화적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이 상품은 미 달러뿐만 아니라 엔화, 유로화 등 8개 통화로 가입이 가능하다. 금리 혜택은 없다. 하지만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 미리 가입하면 향후 원화값 하락으로 이어질 시 환차익을 볼 수 있다.
아울러 국외송금수수료, 외환현찰 수수료가 최대 100%까지 면제된다. 가입자가 희망하는 환율에 도달하면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받아볼 수 있는 특징도 있다. 적금 만기 자금을 원화정기예금인 예스큰기쁨예금으로 재예치하면 환율을 우대받을 수 있다. 유학생 송금 지정거래를 신청할 경우 최대 0.3%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볼 수 있다.
기업은행에는 IBK외화통장이 있다. 입출식, 자유적립식(6개월 이상 1년 이내), 정기예금(1주일 이상 1년 이내) 거래가 가능하다. 환율, 수수료 우대서비스를 제공하며 평생계좌번호서비스 등 프리미엄 서비스도 준다. 가입 대상, 금액 제한이 없이 심플하게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은행은 '환율케어(CARE) 외화적립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환율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자동이체 전날의 환율이 3개월 평균환율보다 낮으면 매입량을 소폭 늘려주고 높으면 반대로 줄인다. 이를 통해 외화 매입 단가를 평균화하는 자동이체 적립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화통장이어서 송금수수료는 면세다. 1년 이상 예치하면 0.3%의 우대금리를 준다. 적립한 자금을 해지해 해외로 송금할 시 해외송금수수료가 면제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마련했다.
하나은행은 정액분할투자로 환리스크를 줄이고 환율, 외국환수수료 우대서비스, 환율알리미(SMS) 서비스 등 혜택을 제공하는 '하나모아모아 외화적금'을 판매 중이다.
가입기간은 1개월 이상 12개월 이하다. 월 단위 지정 가능하며 매회 납입한 금액별로 입금일로부터 만기 전날까지의 기간에 대해 납입금의 입금일 당시 여업점에 고시한 외화 정기예금의 기간별 약정이율을 적용한다.
KB국민은행은 매달 이율이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KB국민업(UP)외화정기예금'이 있다. 예금기간 중간에 분할인출(만기해지 이전 2회)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또 매달 계단식으로 금리가 상승하는 1년제 정기예금으로 가입 대상에 제한이 없다. 해외 송금 등 외환거래 실적에 따라 최고 연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해준다.
신한은행에는 외화 체인지업 예금이 있다. 고객이 지정한 통화로 하나의 계좌에서 전환 가능해 언제든지 환차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고객이 원하면 직접 지정한 환율로 자동매매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