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카탈루냐 독립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최대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맞붙는 '엘클라시코'는 세계적으로 시청률이 가장 높은 축구 경기 중 하나다. 두 팀의 응원 열기가 특히 뜨거운 데는 바르셀로나를 주도(州都)로 하는 카탈루냐 주민의 분리독립 운동과 마드리드가 주축인 스페인 지배세력 간의 갈등도 큰 역할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식민지였던 카탈루냐는 1714년 스페인과의 바로셀로나 공방전 끝에 함락돼 주로 편입되기 전까지 정식 국가는 아니지만 자치를 오랫동안 인정받으며 살아왔다. 비록 자치권을 빼앗겼지만 지금도 정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카탈루냐인은 스페인어 대신 카탈루냐어를 모국어로 쓰며 이는 카탈루냐가 스페인 내에서 바스크 지방과 더불어 가장 강한 분리주의 성향을 드러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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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갈등의 연원을 찾아가면 경제로 귀결된다. 부유한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데 정작 혜택은 다른 지방에 돌아간다는 불만이 크다. 스페인 정부가 자치권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 것도 분리주장에 힘을 싣는다. 영국이 스코틀랜드에 폭넓은 자치를 허용하는 것과 달리 스페인 정부가 억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카탈루냐에 자치를 허용할 경우 바스크는 물론 카나리아 제도, 갈라티아, 발렌시아 등이 들고일어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카탈루냐 지방선거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정당들이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이를 근거로 "2017년까지 18개월 내에 독립을 선언하도록 첫발을 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당장 과반 정당의 득표율이 47.7%에 불과하다. 과반의 주민이 독립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스페인 정부는 "주권과 관련해서는 논의하지 않겠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결국 스코틀랜드 사례처럼 카탈루냐가 일정 수준의 자치를 얻는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카탈루냐인이 수백년간 꿈꿔온 독립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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