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잉락, 도시빈민·농민 전폭 지지 받아

태국 총선 푸어타이당 압승… 첫 여성총리 탄생<br>'오빠 탁신' 후광 업고 정계 입문 한달반 만에 신데렐라로 떠올라<br>포퓰리즘 공약 남발로 정치·경제 후유증 클듯

3일 태국에서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이자 제1야당 총리 후보인 잉락 친나왓이 이끄는 푸어타이당이 압승을 거뒀다. 선거 캠페인 기간 내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려온 잉락은 이날 선거 후 발표된 비공식 집계에서 집권 민주당 소속 아피싯 웨차치와 현 총리를 누르고 승리해 태국 역사상 첫 여성 총리직에 오르게 됐다. 아피싯 현 총리도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하지만 양측 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태국은 총선 이후에도 당분간 분열과 대립 속에 정국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한 탓에 앞으로 정치ㆍ사회ㆍ경제적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전국 9만8,000여 투표소에서 선출직 및 비례대표 의원 500명을 뽑는 총선을 실시했다. 이날 저녁 9시(한국시간 밤 11시) 현재 개표율 94%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잉락 후보가 이끄는 푸어타이당은 전체 500석중 261석을 차지해 162석에 그친 집권 민주당을 누를 것이 확실시 된다. 지난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그는 태국 치앙마이 대학에서 정치ㆍ행정학부를 졸업하고 탁신 일가와 연계된 기업에서 일한 것이 경력의 대부분인 정치 신인이다. 그는 푸어타이당에 입당한 후 도시 빈민과 농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정계에 입문한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정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르며 총리직까지 거머쥐게 됐다. 문제는 총선 이후 또 다른 정정 불안 및 사회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해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겪었던 태국 정부는 국민화합 차원에서 조기 총선을 실시했지만 계층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새 정부 구성 만으로 갈등이 해소될 지는 미지수다. 2008년에는 왕정파 시위대가 주요 국제공항을 점령하면서 공항 기능을 마비시킨 전례가 있고, 지난해에는 탁신파 시위대가 방콕 시내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정부군과 유혈충돌해 90명이 넘는 희생자를 냈다. 벌써부터 이번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왕정파들이 시위대를 조직에 길거리에 드러누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탁신 전 총리를 내쫓았던 군부가 야당의 집권에 반기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공약 남발에 따른 후유증도 예상된다. 선거기간 동안 민주당은 최저임금 25% 인상과 함께 노령층ㆍ농부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으며, 푸어타이당은 최저임금 40% 인상에 고속철 및 댐ㆍ신도시 건설까지 약속했다. 이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새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법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저임금의 매력에 이끌려 태국 투자를 계속해왔던 외국 기업의 경우 베트남ㆍ방글라데시 등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국가로 눈을 돌릴 수 있다. 현지 기업들도 가뜩이나 태국 바트화 가치가 강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급등할 경우 또 한번 수출 경쟁력 저하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태국중앙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소비자물가(CPI)가 4.2%를 기록했다"며 "임금인상은 2008년 슬럼프에서 간신히 벗어나 회복되고 있는 태국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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