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전제품 특소세 폐지(논쟁)

컬러TV 냉장고 세탁기등 이미 필수품이 돼 버린 가전제품에 대해 특별소비세를 계속 물려야 하느냐는 문제가 다시 업계와 정부간에 쟁점이 되고 있다. 가전업계에서는 특소세 부과로 인해 매출이 차질을 빚어 제품개발 등 경쟁력 유지에 차질을 초래하며 세탁기 등을 모피나 보석류와 같이 취급해 특별소비세를 매기는 것은 조세부담의 형평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측에서는 소득수준의 변화에 따라 소비행태가 바뀌어 과세 형평성 문제 등이 생기고 있음을 인정하나 최근 불황에 따른 세수 결함, 특소세 세수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가전품 세수 등을 감안할 때 당장 가전품에 대한 특소세 폐지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반론을 펴고 있다. 가전품 등 내구소비재 특소세 부과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의 쟁점을 업계 관계자와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의 기고를 통해 정리한다.<편집자주>◎폐지/보급률 100%… 사치품 아니다/모피·보석 100만원이하 면세 과세불균형/가전제품 공급확대 족쇄 경쟁력약화도/폐지땐 판매늘어 기업법인세 증가,세수결함 보전/이상원 전자산업진흥회 부회장 특별소비세는 고소득자의 사치성 소비억제와 국민들의 저축증대 촉진을 위해 20년전인 77년에 도입되어 그동안 어느정도 입법취지에 맞게 그 기능을 해왔다. 특소세는 생필품이나 사치품에 관계없이, 또 고소득자나 저소득자에 관계없이 단일세율로 부과되는 부가가치세와는 다른 점이 특징이다. 가전제품은 그동안 경제발전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고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로 과거 사치성 소비재로 인식됐으나 이젠 가정에서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으로 바뀌었다. 이런데도 정부는 가전제품에 대해 여전히 특별소비세를 부과, 가전 산업의 발전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부과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갖고있다. 첫째 가전제품은 더이상 사치품이 아닌 생활필수품으로 특소세 대상품목이 아니라는 점이다. 컬러TV나 냉장고, 세탁기 등은 이미 보급률이 1백%를 넘어서고 있으며, 국민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생활필수품이 됐다. 특소세가 처음 시행된 77년만 해도 컬러TV 등 가전제품의 보유자는 전체의 2% 미만에 그쳤다. 당시는 고소득층이 아니면 갖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보급률이 1백%를 넘어섰다. 가전제품은 이제 소비를 억제해야 할 사치품이 아니라 가사노동을 줄여주고, 특히 여성의 사회진출, 국민문화생활 향상, 정보화사회의 촉진 등을 위해서도 보급을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 둘째 과세형평상에 문제가 있다. 컬러TV나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1백만원 이하의 생필품임에도 모두 특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호화사치품의 대표제품인 모피, 보석 등의 경우 1백만원 이하의 제품에는 특소세가 없다. 품목간 과세 형평을 잃고 있다. 세째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이 가전제품에 고율의 특별소비세를 부과, 가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류비용, 임금, 금리 등 생산비용이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보다도 휠씬 높은데다 특소세 등 간접세도 20∼30%가 높은 실정이다. 이로인해 경쟁력이 크게 약화돼 가전제품의 수출이 매년 크게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넷째 전자산업은 기술혁신 속도가 빨라 특소세로 인해 제품보급이 지연되면 결과적으로 경쟁국간 기술개발 경쟁에서 뒤질 수 밖에 없다. 기술개발경쟁에서 뒤지면 신제품의 수출산업화가 곤란해진다. 전자산업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기술혁신속도가 빨라 초기 시장형성이 어렵고 기술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특소세로 인해 신제품개발은 물론 수출산업화가 지연돼 후발개도국인 말레이시아 중국 등에게 급속히 추격당하고 있다. 천연자원이 빈약하고 시장은 좁고 인구가 많은 우리의 산업여건을 감안하면 정보가전 산업이야말로 21세기에 우리나라의 가장 유망한 산업이다. 가전산업, 특히 정보산업의 장래가 이러한데도 정책적 배려는 고사하고 특소세로 인해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가전제품의 보급확대가 국민 문화생활의 향상은 물론 주부들의 가사노동 경감, 여성인력의 사회진출, 특히 취약한 농어촌 지역의 일손부족 해소 등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시대가 바뀌어 소득수준과 생활방식이 달라지면 당연히 사치품과 생활필수품의 개념과 품목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세수확보와 행정편의에만 집착, 20년전에 부과했던 가전제품에 특별소비세를 지금까지 부과하고 있는 것은 조세형평에 어긋나고, 경제발전과 국민들의 소비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따라서 가전제품이 아직 보급되지 않은 도시 저소득층과 취약한 농어촌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가전제품에 고율의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은 입법취지에도 어긋난다. 뿐만 아니라 소비의 왜곡을 가져와 국민경제적으로도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특소세는 조속히 폐지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특소세가 폐지될 경우 세수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가전제품의 특소세가 인하되고 폐지되면 그 만큼의 가격인하 효과가 생겨 판매가 늘어난다. 부가가치세 등의 간접세와 기업의 법인세가 늘어나 전체적으로 우려할 만큼의 세수결함은 없다고 본다. 정부는 가전특소세에 집착하지 말고 세수감소를 보전하기 위해서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치성 제품이나 용역 등을 대상으로 신 세원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다. 가전업계는 안으로는 경쟁력 약화, 밖으로는 중국 등 후발개도국의 추격으로 수출감소, 내수침체, 수입증가, 채산성악화 등의 4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부가가치형 디지털제품의 기술개발 등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정부는 고통 분담이라는 차원에서, 또 소비자 물가의 안정화라는 차원에서 가전제품의 특소세는 폐지하고 새로운 세수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본다. 가전업계가 특소세 멍에를 벗어던질 경우 전자정보산업은 21세기에 성장 주도산업으로서 또 정보화 선도산업으로서 선진 산업사회를 이룩해 나가는데 견인차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다. □약력 ▲37년 경북 포항생 ▲연세대 정외과, 국방대학원 ▲공업진흥청 가전관리과장 ▲특허청 심사1국장 ▲국제특허연수원장 ◎존속/올 3조 부족… 세수확보 비상/전체세수의 35%,대체세원 발굴이 먼저/현 세율 15%… 소비행태변화 적절히 반영/내년 대폭적 세제개편 통해 가전품 조세정책 추진/현진권 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의 소비관련 세제는 1997년에 부가가치세가 도입되면서 기본골격이 이루어지고 부가가치세가 가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특별소비세를 두었다. 부가가치세는 10%의 단일세율이 적용됨에따라 소득이 낮은 계층이 세부담이 오히려 높아짐에 따라 세부담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러한 역진성을 보완하기 위해 비교적 고소득계층이 주로 소비하는 사치성 물품만을 대상으로 특별소비세를 부과하였다. 특별소비세의 세율도 물품의 종류에 따라 차등세율을 적용하였다. 즉 최고 상류계층이 주로 사용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더욱 높은 세율을 부과하여, 전체적으로 소득계층별 세부담을 공평하게 하려고 하였다. 특별소비세는 기본적으로 소비과세가 가지는 세부담의 역진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실제적인 효과는 이와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자들의 소비형태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반면, 제도는 이러한 변화를 탄력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짧은 기간동안에 높은 성장을 하게 됨에 따라,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빠른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고소득층만이 사용할수 있었던 물품들이 이제는 대부분의 소득계층이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특별소비세제가 의도한 소득계층별 세부담의 형평성을 달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비형태를 조사하여 특별소비세의 형평성을 측정한 결과, 1991년의 경우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일정한 세부담을 나타내는 비례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별소비세가 부과되는 품목으로 내구소비재를 대표적으로 들 수있다. 내구소비재의 대부분은 가전제품이 차지하고 있으며, 요트 피아노등의 물품도 포함하고 있다. 요트 및 피아노같은 내구재는 고소득계층이 소비하는 물품으로 특별소비세가 부과됨으로써 세부담의 형평성을 만족시키는 바람직한 정책방향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가전제품의 경우는 고소득층이 사용하는 고가의 사치품인지, 아니면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사용하는 필수품인가에 대한 셩격규명에 따라 특별소비세 부담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1970년대에 가전제품은 고소득계층만이 수입할 수 있는 물품이었지만, 이제는 웬만한 가전제품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즉 가전제품이 사치품이었던 시대에서 필수품인 시대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부과여부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정책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가전제품의 성격을 정책에서 제대로 반영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특별소비세 도입초기에는 가전제품에 대해 높은 세율이 부과되었으나 소비형태의 변화를 반영하여 세율을 점차로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였고, 지금은 15%의 세율이 대부분 적용되고있다. 그러므로 특별소비세의 장기적 정책방향은 가전제품 소비형태의 변화를 잘 반영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전제품이 점차로 모든 국민들이 사용하는 필수품으로 변화하는 현실에서 가전제품이 특별소비세를 적용하기에 적절한 품목인가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부과여부의 문제는 세부담의 형평성 차원의 논의보다는, 가전제품에 대해 특별소비세를 부과하지 않을 경우 야기되는 세수부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있다. 그만큼 특별소비세수에서 가전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가전제품을 통한 특별소비세 세수규모는 1995년 기준으로 약 8,100억원 정도이며, 이는 전제 특별소비세 규모의 35%에 이르고 있다. 가전제품을 통한 이정도의 세수규모와 세부담의 형평성을 동시에 고려할 때, 정책입안자들은 어려운 고민에 빠지게된다. 특히나 올해 세수가 3조원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세수확보는 매우 비상한 관심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수측면에서 이렇게 불리한 환경에서 가전제품에 대한 단기적인 정책안이 나오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조세정책은 여러가지 면을 동시에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에 항상 어려움이 있다. 소득계층별 세부담의 형평성만을 고려하는 조세정책은 매우 간단하다. 그러나 조세정책은 세부담의 형평성 뿐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반드시 일정한 수준의 세수규모를 확보하여야 한다. 이러한 여러가지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조세정책은 없기 때문에 조세정책의 입안자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있게 되는 것이다. 전체 특별소비세수의 35%를 차지하는 가전제품에 대한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정도의 규모를 대체할 수 있는 세원을 발굴하여야 한다. 혹은 우리나라 세제구조를 전반적으로 개편하여, 소득, 소비 및 재산에 대한 세부담 수준에 대한 정책 방향이 개편되어야 한다. 내년에는 과거와 다른 강도높은 세제 개편을 있을 예정이다. 가전제품의 특별소비세 부과여부와 같은 국부적인 논의가 아닌, 전체 조세체계의 개편을 바탕으로 국부적이며 비합리적인 제도를 개혁하려고 한다. 우리나라 세제의 틀을 고치는 대폭적인 세제개편을 바탕으로 조세정책이 추진되어야, 가전제품에 대한 정책방향이 세수감소라는 제약조건없이 원활히 이루어질수 있는 것이다. □약력 ▲59년 부산 출생 ▲연세대 공대 졸업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석사 ▲카네기멜론대 박사 ▲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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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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