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정경유착이 키운 中먹을거리 불신

'멜라민 분유, 화학물질 첨가 샤브샤브, 공업용 이산화탄소 맥주, 포르말린 선지탕, 유황 생강, 염색 찐빵….' 요즘 중국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는 식품 유해비리에 장을 보기가 무서울 정도다. 베이징에 사는 주부 천(陳)모씨는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식품이 폭로될지 걱정 안 할 수가 없어요"라며 한숨을 내쉰다. 불안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중국 국무원 식품안전위원회 등 관련 9개 부처가 공동으로 나서 유해 식품첨가물 사용시 불법 소득을 몰수하고 첨가제 사용을 규범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재발 방지를 천명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도 노동절 연휴를 맞아 톈진시 식품감독기구를 시찰하면서 "식품 관리감독과 안전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이 마음 놓고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사법당국은 지난주 멜라민 분유를 생산ㆍ유통시킨 업자 2명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 등 14명의 유해사범을 사법 처리한데 이어 이번주에는 식품감독기구 관계자 17명을 해직시키는 등 53명의 공무원을 문책했다. 하지만 정부의 발 빠른 대처를 바라보는 대다수 일반 시민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연례행사처럼 정부가 발본색원과 함께 식품비리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또다시 유사한 식품유해사건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충칭시ㆍ허베이성 등에서 터진 멜라민 분유사건은 지난 2008년에 이미 똑같은 제품 때문에 6명의 유아가 사망하고 30만명의 어린이가 신장 손상을 입으면서 중국 전역을 뒤흔들었던 비리다. 포름알데히드 선지탕도 2년 전에 현지 언론에 폭로됐지만 공공연한 업계의 비밀로 활개를 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업자와 감독기관 간 결탁 구조에서 자생하는 부패 고리를 끊지 못하고 땜질 처방에 그치는 것이 유사 사건의 재발을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한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까지 논평을 통해 "관리감독의 독립성 유지가 필수이며 업자와 기관의 공존을 근절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사실 중국의 권력과 기업 유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7년 뇌물죄로 사형판결을 받은 정샤오위 전 국가 식약품관리 감독국장은 2004년 한 해 동안 1,009종의 신약을 허가해줬다. 같은 해 미국 식약청은 148종의 신약을 허가했다. 미국의 약품개발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정 전 국장이 신약심사를 미끼로 얼마나 잇속을 챙겼는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중국은 지난해 경제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함께 경제 주요2개국(G2)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진정한 G2로 거듭나려면 덩치에 걸맞은 제도와 의식을 키워야 한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말레이시아 방문 중 "중국은 상부구조가 경제적 토대의 발전과 조화를 이루도록 정치체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또다시 '고독한' 정치체제 개혁주장을 이어갔다. 그의 발언을 중국 최고지도부는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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