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장치 이상·악천후등 네갈래 추측/조종사 베테랑… 엔진고장 가능성 배제못해/객불만 의식 무리한 착륙 시도했을수도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의 원인으로 크게 네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항공 전문가들은 ▲엔진고장 등 기체의 결함 ▲착륙안내시스템의 이상 ▲기상 악화 ▲조종사의 무리한 착륙시도 등을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대한항공 이태원부사장은 『사고 당시 11호 태풍 티나가 괌에 상륙중이었고 아가냐공항의 자동착륙기가 고장났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가냐 공항 부근에 내린 갑작스런 소나기와 순간적인 기류 요란, 시계 불량 등이 추락의 직접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사고 당시의 시정, 즉 조종사가 볼 수 있는 거리가 1.6㎞로 착륙가능시정인 8백m보다 훨씬 양호했으며 이런 기상 여건이 현지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이를 설득력없는 주장으로 여기고 있다.
다만 계기착륙장치(ILS:Instrument Landing System)의 이상이 유력해지면서 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LS는 공항활주로에 설치된 ILS와 전파통신을 통해 기체의 좌우상하 진입각도를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ILS 이상, 특히 GS 고장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항공전문가들은 이에 관계없이 착륙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선 공항에는 ILS의 기능을 대신해줄 수 있는 정밀접근레이더와 전방향표지시설(VOR) 등이 있다. 조종사는 이런 시설과 관제탑의 도움을 받아 공항GS에 이상이 있더라도 착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고 KAL기가 추락한 때를 전후해 아시아나 등 다른 항공기들이 아바냐공항에 무사히 착륙한 사실이 이를 입증할 수 있다.
물론 ILS의 이상은 조종사가 착륙하는데 큰 어려움을 준다. 그러나 박용철기장이 비행시간 8천9백14시간의 베테랑 조종사인 점을 감안하면 GS고장 자체만으로 이번 사고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엔진고장의 가능성이다. 기상여건이 착륙을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극한 상황도 아니었고 숙련된 조종사라면 착륙안내장치 없이도 얼마든지 성공적인 착륙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엔진고장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가냐공항의 앤드루 머피대변인은 『사고 비행기가 갑작스런 돌풍에 휘말렸을 수도 있으나 엔진고장에 의한 추락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휴가철을 맞아 김포공항의 잦은 지연운항으로 승객들의 불만이 큰 점을 의식, 조종사가 기상악화 등 악조건을 무릅쓰고 착륙을 결행하려다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월5일 제주공항의 안개로 서울발 제주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무더기로 결항된 반면 경쟁사인 아시아나가 정상운항한 이후 대한항공 고위층에서 심한 질책이 있었으며 이때부터 조종사들은 아주 상태가 나쁘지만 않으면 착륙하는 것이 상례였다고 대한항공 관계자는 귀띔했다.
결국 정부와 항공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지의 악천후와 무리한 운항일정, 유도장치고장 등이 복합적인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사회부>
◎사고조사 어떻게 하나/미서 1차적 조사… 한국 공동참여/블랙박스 분석마쳐야 최종 규명
괌 아가냐 공항 5㎞ 전방 밀림지대에 추락한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조사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속지주의 규정에 따라 사고 발생국인 미국이 1차적인 조사를 한다. 조사에는 항공기 제작국과 등록국도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한국도 공동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건설교통부는 이에 따라 함대영 국제항공협력관을 반장으로 하는 항공기 전문가와 운항관제전문가 등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조사반을 편성, 6일 상오 현지에 급파했다. 우리측 조사반은 현지에서 미연방항공국(FAA)과 전미교통안전위원회(NTSB) 관계자 등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측과 함께 사고원인을 조사하게 된다.
사고 당시 현지에는 소나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계가 극히 불량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이번 사고는 일단 악천후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사고원인은 비행중의 모든 기록이 담겨있는 블랙박스를 회수, 분석을 마쳐야 최종적으로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건교부에 설치된 KAL기 사고 중앙대책본부는 이번 추락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데는 최소한 1주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항공사고 일지
▲58년2월16일=KNA(KAL전신) 소속 창랑호 납치범 7명에 의해 납북(탑승자 26명)
▲69년12월11일=YS11A 여객기 강릉서 서울로 운항중 납북(탑승자 51명)
▲76년8월2일=보잉707 화물기 이란상공서 추락(승무원 5명 사망)
▲77년8월4일=A300 에어버스 제주상공서 난기류에 말려 승객 20명 부상
▲78년4월20일=KAL보잉707 여객기 소련 무르만스크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에 의해 강제착륙(승객 2명 사망)
▲80년2월23일=F27 여객기 앞바퀴 기어고장(13명 부상)
▲80년9월16일=보잉747 여객기 마닐라공항서 이륙실패(승객 12명 부상)
▲80년11월19일=KAL보잉747 여객기 김포공항 착륙시 화재(승객 15명 사망, 15명 부상)
▲83년9월1일=KAL보잉747 여객기 사할린 부근 상공서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에 격추(승객 2백69명 전원 사망)
▲87년1월29일=KAL보잉707 여객기 인도양 안다만 상공서 김현희 등의 폭파로 추락(승객 1백15명 전원 사망)
▲89년7월27일=우주항공 소속 S58T헬기 울릉도 상공서 추락(13명 사망 실종)
▲89년7월27일=KAL803편 DC10 여객기 리비아 트리폴리공항 착륙중 추락(72명 사망, 70명 부상)
▲89년11월25일=KAL175편 F28허보제트기 활주로 이륙직후 폭발(40명 부상)
▲93년7월26일=아시아나 보잉737―500기 전남 해남군 야산에 추락(64명 사망)
▲94년8월10일=KAL A300―600기 제주공항서 착륙중 활주로 이탈(기체 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