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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이기준씨는 1기신도시인 분당 아파트에 당첨돼 1993년 입주했다. 서울 다가구 반지하 주택에 세 들어 살던 그는 꼬박꼬박 모은 월급으로 아파트 중도금을 갚아 나갔다. 아파트에서 살고 싶었던 부인의 소망은 이뤄졌고 집값은 분양가 보다 크게 올라 그의 재산 목록 1호가 됐다.
한국의 1기 신도시는 중산층의 꿈을 실현해 준 도시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급성장하는 경제속에서 개인들이 올린 소득은 아파트로 투자됐고 이후 자동차ㆍ가전 등의 소비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선순환 구조로 진입했다. 베이비부머들이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기반이 바로 1기 신도시였다.
베이비부머들의 후배이자 자녀들인 30~40대가 이제 2기 신도시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조성된 2기신도시가 드디어 속속 입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업그레이드'된 2기 신도시= 2기 신도시는 2000년대 초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단기간 대규모 주택공급에 중점을 맞췄던 1기 신도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기 신도시들은 낮은 밀도와 높은 녹지율, 생태계획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복합단지 개발 방식 등을 개발 콘셉트로 내세웠다.
특히 상업ㆍ업무시설 부족으로 베드타운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1기 신도시의 문제점을 개선했다. 판교 신도시는 판교테크노밸리, 동탄신도시는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직주근접 주거단지 조성을 꾀했다. 김포 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의 경우 인공운하와 녹지축 연계로 쾌적한 주거 여건을 강조했다.
1기 신도시가 고른 평가를 받았다면 2기 신도시는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판교ㆍ동탄ㆍ위례 등은 서울 접근성과 탄탄한 배후산업 시설을 바탕으로 신주거단지로서 각광받고 있는 반면 김포ㆍ파주 등은 아직까지 기반시설이나 서울로의 교통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광받는 판교ㆍ동탄ㆍ위례 = 2기 신도시중 가장 먼저 입주한 동탄신도시는 남부 핵심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반도체 공장의 배후 주거단지로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가 GTX, KTX역 신설 계획 등으로 광역교통망이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지난 해 입주가 본격화된 판교신도시는 과거 분당신도시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강남역과 정자역을 16분대에 연결하는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매매가격 역시 웬만한 서울시내 요지를 압도하며 가장 살고 싶은 신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민자PF 사업인 판교환승역세권개발(판교 알파돔)도 사업이 정상화되면서 대규모 상업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판교테크노밸리로 IT기업들이 속속 입주를 시작하면서 동시다발로 호재가 터지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아직까지 분양 초기단계다. 그러나 앞으로 판교를 능가할 주거단지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사실상 강남권인데다 문정 법조타운, 송파대로 상업지역벨트 등이미 주변에 웬만한 기반시설은 다 갖추고 있다.
2기 신도시중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김포 한강과 남양주 별내도 최근 교통 여건 개선으로 수요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팀장은 "아직 2기 신도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서울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순기능을 과소평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