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국회의원 헛방이다


동네 주민들과 민원 간담회를 하고 소주를 한잔한 뒤 집에 들어갔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그런데 처가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무안하기도 해서 슬쩍 농을 건넸다. "서방보고 좀 일찍 들어오라 하지, 무슨 청승이냐?" 처가 쏘아붙인다. "딴소리 말고 돈 1,500만원 구해와요!" 전셋값을 올려줘야 한단다. "뭔 소리여 지난해에 3,000만원 올려줬잖아?" 사연인즉 이랬다. 지난 2008년 총선 출마를 결심한 후 하루빨리 지역구로 이사를 가야 했다. 시간이 없어 원래 살던 집은 전세를 주고 지역구인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전세를 얻었다. 부동산에 집을 내놓고 무던히도 팔아보려 했으나 보러 오는 사람도 없었다. 2년이 그냥 지났다. 어쩔 수 없이 전세를 갱신해주고 나 또한 전세를 갱신했다. 집주인이 시세대로 3,000만원을 올려달라고 했다. 문제는 내 집에 전세를 사는 사람에게는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3,000만원을 대출했다. 속이 상한 처는 1년 사이에 어떻게든 집을 팔겠다고 작정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계약을 1년만 했다. 그 1년 사이에 우리 집은 여전히 팔리지 않았다. 1년이 지나자 우리 집주인이 시세가 그러하니 1,500만원을 더 올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임대차보호법에 의해 1년 계약했어도 2년간 살 수도 있다. 그렇다고 동네 주민인 집주인과 국회의원이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처에게 저간의 사정을 다 듣고 나서 어떡하겠나. "내일 대출 받아올게"하며 위로했다. 이 말을 듣고 처가 한마디 한다. "참, 국회의원 헛방이다. 전세 올려달라면 저는 다 올려줘야 하고 정작 저는 전셋값 못 올려 받으니…." 올 3월 말 기준 가계부채가 800조원을 넘었다. 특히 심각한 것은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로 153%에 이른다. 세계 9위 수준이다. 월급을 받아도 쓸 돈이 없다는 뜻이다. 이자 갚는 데 쓰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러니 하우스푸어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가계부채 잡자고 금리를 올리면 기존 채무자는 더욱더 힘들어진다. 방법이 없다. 완만하게 지속적으로 경제가 상승하는 것만이 나라도 살고 국민도 살길이다. 정부와 국회가 필사적으로 경기를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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