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정은 안착' 때까지 당 중앙군사위 중심 과도통치 가능성

■北 권력구도 어떻게<br>후계기간 짧아 실권 행사에 한계, 집단지도체제로 권력기반 만들 듯<br>김정일시대 권력상징 국방위 퇴조, 중앙군사위가 핵심기구 부상할 듯


김정은 후계체제가 당분간은 군부 엘리트를 중심으로 과도통치기구에 의해 장악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서른도 안 된 나이로 후계체제에 공식 등장한 지 1년2개월 만에 권력의 정점에 오르는 풋내기 권력자라는 약점 탓이다. 특히 북한 권력의 핵심축인 군부를 완전하게 장악한 채 권력을 승계 받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우리 정보 당국은 향후 일정 기간 김정은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과도통치기구로 삼아 권력장악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 중앙군사위는 북한 인민군을 관장하고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엘리트 집단이다. 21일 국회 정보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전일 국회 현안 보고에서 "(김 부위원장이 후계자로 정해졌지만 정식으로 국가 최고지도자에 오르기까지) 노동당 중앙군사위를 중심으로 과도통치기구를 구성해 그곳에서 당면한 대책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훈통치 기간 군부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김정은 단일지도체제의 기반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지도체제는 김일성 주석 사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를 장악해나간 방식과 차이가 있다. 지난 1994년 김 주석 사망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장례위원장을 거쳐 국방위원장으로 등극하며 군부는 물론 당을 한꺼번에 장악했다. 그러나 김정은 후계체제는 2년 정도의 숙련기간밖에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정일 후계체제와 다르다. 김 부위원장이 28세밖에 안 된 풋내기 최고권력자라는 점에서 장례기간이 끝나고 법적ㆍ제도적 절차를 거쳐 실질적인 최고지도자가 되더라도 한동안은 최고권력자로서의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과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가족을 비롯해 북한 군부 서열 1위인 리영호 총참모장과 당내 실력자인 최룡해 당비서 등 후견인 그룹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 형태의 과도통치기구'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김 부위원장의 정치력 부재로 이 과정에서 힘겨루기가 발생하며 김정은 원톱 체제가 구축될 때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1953년 옛 소련 스탈린 사망 후 3인 과두(寡頭)체제, 1976년 중국의 마오쩌둥이 쓰러진 뒤 4인 과두체제가 등장했듯 북한도 김정은 원톱 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 사후에 대비해 김정은 체제로의 안착을 위한 조치를 비교적 착실히 준비한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28일 44년 만에 열린 당대표자회와 30년 만에 단행한 당 규약 개정을 통해 당중앙군사위를 유명무실하던 '비상설 협의기구'에서 '상설 최고군사기관'으로 격상시켰다. 총참모장과 해ㆍ공군사령관 등 실제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군부 실세와 공안기관 수장 18명을 총집결시킨 기구다. 김 부위원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리영호 총참모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당 중앙군사위는 거의 계엄사령부 수준"이라며 "김정은 시대에 떠오를 신군부 집합소로 보면 된다"고 했다. 물론 개정된 당 규약만으로도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으로 당권을 장악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당 규약 개정의 핵심은 '당 총비서는 당 중앙군사위원장으로 된다(22조)'는 조항으로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 사망으로 공석이 된 당 중앙군사위원장의 권한대행을 맡으면 이 조항에 따라 당 총비서가 될 근거가 된다. 군권과 당권의 동시 장악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 위원장은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김 부위원장의 권력장악을 위한 제도 정비에 주력해왔다"며 "대표적인 것이 2009년 4월 헌법 개정, 2010년 9월 당규약 개정 등을 통해 당과 군ㆍ보위부 등 각 핵심기관을 견제와 균형 속에 배치해 어느 누구도 쉽게 김 부위원장 권력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안배했다"고 분석했다. 당 중앙군사위의 부상에 따라 김정일 시대 '국가주권의 최고군사지도기관'으로 각광 받았던 국방위 퇴조는 불가피하게 됐다. 김정일 지도체제의 상징인 국방위가 약화되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김정은 지도체제의 기반이 될 당 중앙군사위가 자연스럽게 권력의 핵심기구로 떠오르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김 주석을 '영원한 주석'으로 모시고 주석직을 폐지했듯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모시고 국방위를 없앨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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