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달북


-문인수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관련기사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월이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달로 화상통화하던 시절이 있었다. 앞산만 바라보아도 그리운 얼굴 비치던 자루 없는 손거울 있었다. 목이 아플 땐 우물만 바라보아도 되었다. 캄캄한 소식 그리워 비손하면 어떤 입속말에도 토끼 귀 안테나 쫑긋했지. 방아 찧던 햅쌀 한 줌 내보이며 자식 걱정 말라고, 엄마 걱정 말라고 쿵덕쿵덕 전했지. 저이는 이제 달을 무두질해 북을 매었구나. 두둥둥 유정한 말씀을 전하는구나. 암흑의 밑을 투둑 타개고 한가위 귀성길 환하게 비추는구나.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