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품질개선이 우선이다


'종합적 품질관리'를 제창한 아르망 발랭 파이겐바움은 품질을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과 기대에 부응하는 생산·기술 및 마케팅에 대한 전체적 특성이라고 정의했다. 제품의 기능, 디자인, 사용상의 편리함 등을 포함하는 것이 품질이다. 품질을 보다 넓게 해석할 경우 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요구하는 모든 품질 특성에 맞춰 설계·제조·판매하는 것까지 확대된다. 이를 위해 제조업체는 저마다 내부에 품질관리(QC) 조직과 프로세스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기술개발과 품질개선을 하며 주기적으로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국내외 굴지의 휴대폰 생산업체가 기능 등 품질개선과 디자인 개선으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다. 새 모델이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많이 받지 못하면 해당 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기도 한다. 이처럼 품질개선은 제조업체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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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영역으로 알려진 회계감사에서도 품질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는 회계감사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 초 국제회계사연맹(IFAC)에서도 감사품질을 위한 체계를 개발하고 높은 감사품질을 달성하기 위한 요인과 상호작용에 대해 언급했다. 왜 감사품질의 정의가 어려운지도 설명했다. 그간 전 세계적으로도 회계감사의 품질을 정의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있었지만 회계감사에 대한 기대나 인식이 이해관계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감사품질 정의는 여전히 어렵다. 어떤 사람은 감사업무에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 다량의 감사증거를 입수해야 감사품질이 높다고 하고 기업 경영진은 합리적인 감사 보수와 기업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효율적인 회계감사를 해야 감사품질이 높다고 본다. 이처럼 감사품질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견해들을 모두 반영하면 '적시에 합리적인 보수를 받고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으로 감사를 수행하는 것'을 감사품질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조차 여전히 주관적인 표현들이 많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회계감사의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주체는 어디일까. 감독기관도 아니고 감사인도 아니다. 회계의 생산자이자 국가 경제의 주체인 기업이다. 국제회계사연맹에서는 기업, 그중에서도 감사위원회와 같은 기업의 지배기구가 그러한 역할의 적임자라고 언급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도 감사인 교체시 '감사 보수 사냥(fee hunting)'이 일어나며 회계감사 품질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또 이에 대한 책임은 각 기업의 감사위원회가 져야 한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회계감사 품질 제고는 감사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개별감사인,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춘 회계법인, 재무제표 작성 능력을 충분히 갖춘 기업, 효과적인 회계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감독기관, 회계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현명한 투자자 등 매우 다양한 주체와 요인들의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 감사위원회에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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