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여전히 M&A의 변방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안정화되고, 기업들이 저성장 돌파구 마련에 나서면서 M&A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올 1월부터 11월 19일까지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의 M&A 건수를 확인한 결과, 선두는 구글이 차지했다.
자료에 의하면 구글은 올해 총 33개 기업을 인수했다. 지난해 18건, 2012년 12건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규모다. M&A 세부 내역을 보면 구글은 스마트폰과 홈네트워크, GPS 등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인프라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했다. 실제로 마이에너지, 드롭캠에 이어 네스트랩을 32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홈오토메이션과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그 뒤를 이어 야후가 17건으로 두 번째로 기록했다.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아이템 발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애플 역시 올해 8건의 M&A를 단행했다. 지난해 13건에 비해 건수는 줄었지만, 닥터드레로 유명한 헤드폰 전문업체 비츠 일렉트릭을 3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하드웨어 개발과 어플리케이션과의 시너지를 고려한 M&A에 집중했다.
페이스북은 올해 M&A의 승자로 꼽힌다. 건수는 8건이지만 왓츠앱을 시가총액의 10%가 넘는 190억 달러에 인수한 것. 모바일메신저와 웹 대화플랫폼 등 사용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M&A 전략을 펼치며 시가총액을 끌어 올렸다.
반면 한국 기업의 M&A 성적표는 초라했다. 삼성전자가 5건을 기록했지만, 규모가 작았다. 다만 스마트싱스를 2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내년부터 스마트 가전 분야에 큰 규모의 M&A가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LG전자는 단 한 건의 M&A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도 IT 기업의 M&A 전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 중심에 알리바바가 있다.
요셉 차이 알리바바 부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기업 인수(M&A)에 투자할 자금에 한도를 두지 않는다"며 "돈은 더 조달하면 되고 주어진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혁신으로 모든 것이 급변하고 파괴되는 상황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M&A에 제한을 두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인재에 대한 M&A 경쟁도 치열하다. 한 글로벌 IT 기업 임원은 "변화와 성장 속도가 빠른 IT 기업은 M&A를 통해 새로운 피를 계속 수혈해야 생존이 가능하다"며 "기업 뿐만 아니라 될 성 부른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1인당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등 물밑에선 더 많은 딜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저금리 지속 등으로 내년에 IT 기업의 인수 합병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인 기업 인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