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량(張良)ㆍ소하(蕭何)ㆍ한신(韓信) 등 한(漢)나라 개국 공신 3인이 한고조 유방을 중심으로 천하를 제패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초한전쟁을 다룬 저작들 대부분이 항우 또는 유방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반해 저자는 특이하게 장량, 소하, 한신 등 유방의 참모진에 초점을 맞춰 이들 3명을 주연으로, 유방과 진평을 오히려 조연으로 삼아 구성했다. 중국 고문헌 전문가들인 저자는 고증과 역사적 추론을 통해 이들의 활동과 업적을 생생하게 재현해내고자 했다고 밝힌다. 3명의 걸출한 인물이라는 뜻의 '한초삼걸'이란 용어는 기원전 202년 유방이 한나라를 건국한 뒤 베푼 연회에서 3인의 공적을 높게 평가한 데서 유래했다. "장막 안에서 작전을 짜서 천 리 밖 승부를 결정짓는 걸로 말하자면 나는 장량을 따르지 못한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을 다독이며 양식을 공급하고 운송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라면 나는 소하를 따르지 못한다. 백만 대군을 이끌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하면 기어코 빼앗아 취하는 일에서는 내가 한신을 따를 수 없다. 나는 이 걸출한 세 사람의 인재를 기용했기에 천하를 얻은 것이다." 유방의 평가처럼 장량은 유방의 친구이자 스승으로서 초한전쟁의 전략을 세우고 한신은 탁월한 군사능력을 발휘해 전략을 실행했으며 소하는 후방을 안정시키며 전략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 훌륭하게 일처리를 해냈다. 세 사람은 달랐던 재능만큼이나 행적도 달랐다. 유일한 귀족 출신으로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던 장량은 발이 넓고 세상이 놀랄만한 일도 거침없이 벌였다. 유방은 장량을 만나면서 비로소 항우와 맞설 능력을 갖게 됐을 정도로 전략 능력이 탁월했다. 소하는 일 처리와 대인관계에서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유방이 군사를 일으킬 때 사실상 승상으로서 행정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해내 나라를 안정시킨 명재상으로 일컬어진다. 세상을 떠돌던 한신은 의리와 우정을 소중히 여겼고 공명을 중시했다. 군사부문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중국에서는 최고의 군사천재로도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또 세 사람이 무엇보다 자신의 분야에 정통했고 몸과 마음을 다해 일에 몰입했다고 말한다. 유방과 이들 3인이 의기투합하는 것에서 출발해 해하(垓下) 결전에서 항우를 무너뜨리고 천하를 제패하기까지 결정적 순간에 이들 3명의 참모가 어떻게 활약하며 유방을 보좌해 가는지 흥미롭게 펼쳐간다.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