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28일 착취적 갑을(甲乙)관계를 뿌리 뽑기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갑을관계민주화법)' 개정안을 28일 발의했다. 갑을관계민주화법은 남양유업 사태로 쟁점화된 '본사-대리점' 문제를 넘어 한쪽이 우월적 지위에 놓인 사업관계 전반을 법적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종훈 의원은 "민주당의 법안은 남양유업 사태에 대응해 대리점 거래에 초점을 맞췄지만 우리는 포괄적 갑을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을 하기로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증권 분야에서만 인정하고 있는 집단소송제를 불공정거래행위에도 도입하는 것이다. 소송 방식은 단 한 명이 승소하더라도 관련자 모두가 판결의 효력을 받는 '옵트 아웃(opt-out)' 형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닌 개인이 직접 법원에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하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새롭게 도입했다.
아울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갑이 횡포를 부린 경우 피해액의 3배를 배상하게 하고 지위 남용행위가 악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지속된 경우 최고 10배까지 배상책임을 부여했다.
경실모가 내놓은 방안은 앞서 야당이 내놓은 법안보다도 처벌 수위가 높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21일 대표발의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일명 남양유업방지법)'은 불공정거래로 대리점이 피해를 입을 경우 최대 3배 이내에서 배상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손해배상청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을에 대한 배상의 크기를 크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갑을관계민주화법이 당론으로 지지를 받기까지는 진통이 예고된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집단소송제를 담합 등의 몇 가지 사유에 대해 도입하자고 공약을 했지만 모든 관계에 도입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대해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제도이지만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며 신중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