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점녀씨 "나이는 숫자일 뿐… 다음 목표는 약학대 입학"

66년만에 중등 과정 마친 오점녀씨

"꿈을 갖는 데 나이를 신경쓰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지요. 늦게 시작한 공부이기에 더 열심히 노력해 대학에서 약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9일 전북 도립여성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배움의 끈을 놓친 지 63년 만에 중학교 과정을 마친 할머니 만학도 오점녀(80)씨가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빛나는 졸업장과 2년 개근상을 받았다. 오는 3월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오씨는 대학생이 되는 게 꿈이다. 올해 이 학교 최고령 졸업자인 오씨의 졸업장은 다른 학생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지난날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학력 열등감에 짓눌려 주위 사람 몰래 가슴을 졸이며 살아온 오씨에게는 꿈이자 행복 그 자체였다. 일제시대 전주시 덕진동에서 태어난 오씨가 풍남보통학교를 마치고 공부를 접은 것은 궁핍한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배움을 중단하고 22세의 나이에 결혼해 슬하에 3남매를 뒀지만 가난은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식당일과 아파트 계단청소 등 생활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은 오씨는 어느 날 TV에서 교육의 시기를 놓친 여성들을 위한 전북 도립여성중ㆍ고등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중학교 과정에 입학했다. 일흔을 훨씬 넘긴 지난 2008년, 63년 만에 교과서를 다시 잡는 힘든 결정이었다. 오씨는 "그동안 가난으로 큰 고통을 받으면서도 배움의 꿈은 잃지 않았다"며 "뒤늦게 학창생활을 하면서 이만큼 행복한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홍성임 교장은 오씨에 대해 "동급생의 고민을 잘 들어주면서도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 어머니 같은 학생"이라며 "제일 먼저 등교해 수업준비를 했고 2년간 개근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제11회 전북 도립여성중ㆍ고등학교 졸업식에서는 오씨와 비슷한 상황의 학생 72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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