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부실 가능성 큰 기업 '관리채무계열' 추진… 낙인효과 악영향 우려

재무상태 급속 악화전 단계별 관리의도 불구 유동성 악화 부를수도<br>보완책 마련 선행돼야

금융 당국이 동양 사태를 계기로 회색지대에 있는 기업들을 관리하기 위해 추진 중인 '관리채무계열' 제도의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멀쩡히 주채무계열에 있다가 갑자기 재무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단계별로 관리하겠다는 의도이지만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추후 구조조정 기업의 실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책임 회피용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일 국정감사에서 "(자금사정이) 좋았다가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 관리채무계열 같은 식으로 해서 채권은행과 감독 당국이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전체 금융권 여신의 0.1% 이상을 차지하는 대기업 계열군을 주채무계열로 지정해 주채권은행의 관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중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곳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자체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당국은 이 과정에서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대상이 아니더라도 부실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는 곳을 관리채무계열로 지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낙인효과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기업은 이미 부실화된 곳이거나 상당 부분 부실이 진행 중인 곳들이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곳은 STXㆍ성동조선ㆍ대한전선ㆍ금호아시아나ㆍ한진ㆍ동부 등 6개다.

한진과 동부는 현재 자구노력 중이지만 시장에서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진 것은 오래됐다.

재무구조개선약정 바로 윗단계 기업들이 관리채무계열로 대거 지정될 경우 시장에 해당 업체가 어렵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정부가 회사채 차환발행이 어려운 기업을 돕기 위한 회사채신속인수제도를 재도입했지만 한동안 신청기업이 적었던 것도 이런 이유 탓이다.


특히 당국은 2011년 부산 계열 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정상화 과정에 있지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5% 미만인 저축은행의 명단을 공개했다가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을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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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사태로 개인들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투자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관리채무계열을 통해 부실 직전 기업을 선정ㆍ발표하면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국은 투자자와 국민들에게 기업의 재무상황을 단계별로 알리고 채권은행들이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정부의 의도가 정확히 전달될지가 관건이다.

전직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관리채무계열 도입이 효율성이 있을까 싶다"며 "관리채무계열의 의미와 명확한 선정 기준을 공개해야 시장의 오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국은 주채무계열제도 손질작업 외에 취약 대기업에 자산매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STX와 동양 사태를 계기로 살릴 기업은 선제적으로 확실히 살리고 망할 기업은 질질 끌지 말고 신속하게 정리하도록 주채권은행에 최근 강력히 지도했다"며 경남기업은 오너의 결단으로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됐고 한진해운은 영구채 발행을 놓고 일부 은행이 머뭇거리고 있으나 금융 당국이 지원할 방침이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의 강력한 경고에 대기업들도 서둘러 움직이고 있다.

동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동부건설이 보유한 각종 지분을 매각해 5,0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동부건설은 서울 동자동 오피스빌딩 지분을 팔아 3,000억원의 자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동부익스프레스 지분도 매각해 1,700억원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최근 회사채신속인수제를 이용해 2,800억원어치의 회사채 차환발행에 성공했다. 2,145억원의 유상증자도 시도하고 현대부산신항만 매각도 추진한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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