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5개 은행 묶인돈 20여조/부실금융 대책 시급

◎종금·리스 등은 더 심각/“연내 2∼3개사 퇴출” 분석까지기아사태가 정부의 의지로 법정관리라는 수순을 밟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 하나 이는 문제해결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이다. 3개월여동안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던 기아사태로 인해 우리 경제는 이미 멍들대로 멍든 상태다. 정부가 나서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바로 금융기관 부실화에 따른 금융시스템 붕괴위기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부실화된 1차적 책임은 물론 금융기관 자체에 있지만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렸다. 기아사태 이전인 올 상반기중에만도 한보,삼미, 진로, 대농 등 굵직한 대기업 부실화로 인해 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기관들은 이미 숨이 턱에 찼다. 지난 6월말 현재 국내 25개 일반은행들의 부실여신규모는 4조9천7백13억원. 그러나 실제로 이자수입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고정여신까지 포함할 경우 부실화된 여신규모는 19조3천7백억원에 이른다. 이들 은행의 총여신 3백6조9천억원의 6.3%다. 여기에 일반은행들이 기아에 물린 3조3천4백억원까지 포함하면 부실여신은 22조7천억원으로 총여신의 7.4%로 올라간다. 충당금 적립 등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은행들이 적자결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구나 부실여신에 대한 대내외 민감도가 크게 높아져 부실여신이 많은 은행들은 원화,외화 할 것 없이 유동성 확보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종금사나 리스사 등 제2금융권은 은행들보다도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올해안에 상당수 회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그러나 개별 금융기관의 도산위기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기아사태의 장기화로 파생된 「신용공황」이다. 금융기관들은 이미 기업을 믿지 않고 금융기관들끼리도 서로 믿지 못한다. 한은이 지난 16일 집행한 종금사에 대한 특융과정에서도 모종금사 관계자는 거래은행인 S은행이 지나치게 담보를 챙기려하자 『어차피 갈데까지 간 것은 서로 마찬가지인데 지나치게 까다롭게 군다』며 투덜거렸다. 어렵다는 종금사의 시각에는 일부 은행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자금악화설에 시달리는 일부 종금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콜자금공급을 꺼린다. 기업들도 이들 종금사가 자금 예치를 요청해도 슬슬 피하기만 한다. 비슷한 처지의 종금사들이 서로 도와 겨우 연명하지만 출신성분이 다른 종금사는 이들 동업사를 이미 「요주의」로 분류, 원화든 외화든 자금공여를 기피한다. 이같은 현상은 금융기관들의 심리적 위기감을 더욱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연쇄부도」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일으키기에 그 파괴력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의 신용공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한보이후 줄줄이 터진 대기업 부도로 국내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국가 신인도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기아사태의 가시적 해결이 얼마나 신인도 회복에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금융기관의 부실화에 따른 금융시스템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는 신인도 회복은 애당초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게 외국계 은행 관계자의 지적이다. 기아문제로 인한 후유증의 상당부분이 정부의 책임인 점을 감안하면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정부가 현 경제상황을 국가적 위기국면으로 규정하고 저돌적인 해결노력을 보여줘야 근본적인 불안심리가 해소될 것이다.<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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