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그룹<수단 ITDM>:16(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불모의 땅에 “타이어 한국” 깃발/“수입품보다 낫다” 구매봇물…수단경제 활성화 선봉역도수단의 수도인 카툼에서 북동쪽으로 1천3백㎞ 떨어진 수단최대의 항구인 포트수단. 인구 40만∼50만명가량 되는 이도시는 수단내에서도 가장 습도가 높아 한여름에는 10분만 거리에 나가 있어도 옷이 흠뻑 젖을 정도다. 공항에서 내려 공장까지 가는 2차선 도로에는 트럭을 개조한 시내버스에 매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수 있으며 도로변 나무아래에는 더위를 피해 누워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사막모래바람에 흙빛으로 퇴색한 건물들은 대부분 단층이거나 2∼3층으로 마치 한국전쟁후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한여름에는 낮최고기온이 50도이상을 올라가 「자동차보닛에 계란을 올리면 프라이가 된다」는 것이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다 같이 맨발에 슬리퍼로 자연스럽게 생활하고 있다. 수단법인 포트수단 타이어공장(ITMD·International Tyre Manufacturing & Distribution)은 지난 78년 현지인과의 합작투자로 설립됐다. 지난 80년 8월 생산이 시작됐으며 대우 최초의 플랜트수출이기도 하다. 인터내셔널이라는 브랜드로 더 유명한 수단유일의 타이어제조회사인 ITMD는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의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바다에 맞닿아 있는 자체담수화시설에 서 있으면 멀리 푸른 홍해가 바라보이며 아라비아반도가 손에 잡힐듯하다. 자본금 1천4백만달러로 대우가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매출규모는 94년 1천20만달러, 95년 1천6백80만달러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대지 3만1천평, 건평 1만3천평의 이공장은 한국인 9명을 비롯 현지인 7백30명이 근무하고 있는 수단내 손꼽히는 제조업공장이다. 현재 생산능력은 7천3백톤으로 연간 40여만개, 33종의 타이어를 만들고 있는데 70%는 내수에 충당하고 나머지는 수출을 한다. 독점체제에서의 소극적 판매방식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이회사는 수입타이어를 제치고 수단시장의 7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생산능력을 97년에는 1만1천4백톤으로 늘리기 위해 시설개보수중이다. 이나라 최고대학인 카툼대 화공과를 졸업한뒤 지난 82년부터 근무하고 있는 기술책임자 피터(40)는 『이공장의 기술수준이 선진국에 비해서는 뒤떨어지지만 인근지역에서는 최고수준이다. 일부 품목의 경우 미쉬린 등 수입타이어보다 월등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인들과 현지인들은 한국어, 영어, 수단어 등 3개국어가 합성된 ITMD어가 통용되고 있어 대화에 어려움이 없다. 회사식당에서 수단인 주방장에게 『설렁탕이 맛있다』고 하니 빙그레 웃는 얼굴로 답례를 했다. 타이어케이스를 만드는 고무성형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8개공정으로 구성되는 이공장은 특히 뛰어난 수준의 공작기계를 구비하고 있는데 수단내 최고수준으로 꼽히고 있다. 자체전력공급을 위해 발전실에는 2천㎾급 4대, 5천㎾급 2대등 6대의 발전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다. 하루 24시간 3교대로 풀가동하고 있는 공장의 최대장점은 높은 출근율. 전체 종업원 7백30명의 무단결근율은 0.7%에 불과하다. 또 한달평균 임금은 30달러로 다른사업장의 평균임금보다 10달러정도 많은 편이다. 이 공장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종업원의 월급이 풀리는 매달말일이 되면 포트수단 재래시장이 들썩거릴 정도라는 것이다. 또 이회사는 16년 전통답게 장기근속자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공장설립 이래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가 43명, 10년이상된 사람이 1백84명으로 평균근무연수가 7년반이나 된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알라에 대한 기도시간만 되면 당연스럽게 모든 일을 팽개치고 모여서 기도를 올리는 바람에 애를 먹는 실정. 이회사에서 몇년전 큰불이 났는데 근로자들이 기도시간이 되니까 불을 끄다말고 기도를 올린 일화로 유명하다. 이들은 기도를 열심히 올리면 알라신이 알아서 불을 꺼줄 것을 믿었다는 것이다. 수단에서 대우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일찍부터 이곳에 진출한데다 수단경제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간 체제경쟁시절인 지난 76년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수단수교추진을 명령받은 정부대표단이 수단을 방문, 수단측에 수교요청을 했으나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때 민관사절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김우중 회장이 나서서 방적공장과 철도부설 등 10여개 프로젝트를 제의하며 사업추진을 위해 우선 영사관이라도 개설하자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 다음날 아침 우리일행은 니메이르 대통령이 만나고 싶어한다는 뜻밖의 연락을 받고 대통령을 방문했는데 그자리에서 니메이르는 놀랍게도 우리사절단이 가져간 영사관개관 계약서초안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수락했다고 한다. 이처럼 국교개설에서부터 깊숙히 관여한 김회장은 수단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장은 포트수단에 올때마다 『고향에 온 느낌이 든다』고 곧잘 말하고 수단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의사를 현지관계자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김영순 수단법인 이사/“한때 가격통제로 고전 조업중단/이젠 규제풀려 열심히 뛰는 일만” ITMD를 책임지고 있는 (주)대우 수단법인 김영순 이사는 『지난 4∼5년간 타이어가격 통제로 고전을 했으나 지난해말 규제가 풀려 올해부터 공장이 정상가동을 하고 있다』며 『이제는 열심히 뛰는 일만 남았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지난 80년 설립이후 88년까지는 상당한 흑자를 올리며 알찬 경영을 꾸려나갔다. 그러나 88년 이후 국내가격은 묶인 반면 시장개방으로 수입타이어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한때 조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빚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가격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되면서 정상가동에 들어가 현재는 공장가동률 92%에 달하는 등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공장을 꾸려나가는데 어려움은. ▲최근 서방의 경제봉쇄로 수단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다. 포트수단만 보더라도 대부분의 공장이 문을 닫았으며 정상가동중인 공장은 국영석유회사와 우리공장 등 4곳에 불과하다. 또 이나라는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이 거의 없는데다 노동자들이 기본적으로 일하기를 싫어한다. 정부는 제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돈 있는 사람은 공장보다는 창고업등을 선호한다. 게다가 기술수준이 낮아 원부자재의 현지 조달이 안되고 있으며 연간 1백%를 넘는 인플레로 임금을 1년에 2번씩 올려줘야 한다. ­현지근로자들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이곳 근로자들은 시키는 일만 하는데다 한번 가르쳐 준일도 한달만 지나도 거의 잊어 먹어 똑같은 교육을 1년에 수차례 시키기 일쑤다. 우수근로자를 선정해 한국견학을 시키고 있는데 이것이 큰힘이 됐다. ­앞으로의 사업전망은. ▲소득수준은 낮지만 인구가 많아 시장이 비교적 큰 편이다. 타이어의 경우 수단이 자동차생산국은 아니지만 폐차연한이 없어 중고차의 타이어수요가 많은 편이다. 올해는 흑자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포트수단=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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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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