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 전격 사의] 실적부진·영구채 발행 지체 책임

대한항공, 압박설 강력 부인 속 이사회 통해 대대적 실사 진행<br>후임인사 의견 분분하지만 은행권 입김 배제하기 힘들 듯



대한항공으로부터 1,5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은 한진해운에 사장이 돌연 사퇴하고 회사에 대한 대대적 실사가 진행되는 등 긴박한 변화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11일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은 경영실적 부진과 영구채 발행 지체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김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자금조달 등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해운은 3년간 계속된 불황으로 인한 영업손실로 유동성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최근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 선뜻 나서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영구채 발행도 잘 되지 않아 김 사장이 책임을 통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돌연한 사의 표명과 관련해 최근 한진해운에 1,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대한항공 측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한진해운에 1,500억원의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한진해운에 대한 실사를 벌이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주부터 한진해운을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실사가 진행 중에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실사는 3주간 진행되며, 10여 명의 대한항공 직원들이 한진해운 사옥에 상주하며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실사 도중 김 사장이 사임한 것을 두고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씨티은행 출신인 김 사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가졌고, 이에 따라 실사 과정에서 김 사장이 압박을 느껴 사임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출신의 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등 대부분 계열사 사장들이 한진그룹 출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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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 사장은 한진그룹 내 CEO 중에서는 보기 드문 외부인사다. 씨티은행에서 20여년간 근무한 바 있으며 선박금융 업무를 하면서 한진해운과 인연을 맺었고 2001년 한진해운의 미국 터미널 운영법인인 TTI 사장으로 영입됐다. 이후 2004년 한진해운 부사장을 거쳐 2009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조 회장의 인재관과는 배치되는 이력의 인물인 셈이다.

김 사장이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인사로 누가 될 것 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내부 승진과 외부인사 영입간에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ㆍ하나등 국내 은행들의 자금지원 결정이 필수적인 만큼 관계개선이 요구되는 국내 은행권이 원하는 인물이 영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누가 김 사장의 자리를 대신하더라도 자금을 지원받은 대한항공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의 사퇴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해석에 대해 대한항공은 극구 부인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이) 김 사장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양호 회장은 주식 담보로 충분하다고 했지만, 이사들이 강력하게 실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진해운은 부채비율이 6월 말 기준 835%에 이르며 올해 안에 갚아야 할 기업어음(CP)은 총 2,200억원,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3,900억원 규모다. 2ㆍ4분기 557억원의 영업손실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으며 매출은 2조6,6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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